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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기억 넘어 ‘안전사회’ 미래로 가는 열린 교육공간이죠”

등록 2021-03-04 19:35수정 2021-03-07 19:45

【짬】 4·16민주시민교육원 전명선 초대 원장

4·16민주시민교육원 전명선 원장이 지난달 23일 안산시 단원구 원장실에서 잠시 짬을 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용덕 기자
4·16민주시민교육원 전명선 원장이 지난달 23일 안산시 단원구 원장실에서 잠시 짬을 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용덕 기자
“4.16의 기억을 넘어 새로운 희망을 품어야죠”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다음 달 문을 여는 4·16민주시민교육원의 초대 원장으로 지난달 취임한 전명선(50) 원장은 지난 6년의 세월 대부분을 ‘거리’에서 보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대표, ‘재단법인 4·16재단’ 이사,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공동대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서울 광화문과 팽목항, 국회와 청와대에서 비바람을 맞아가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해 왔다.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이제는 별이 된 250명의 단원고 학생들의 삶과 꿈이 멈춘 지 올해로 7년째다. 학생들이 쓰던 책걸상과 메모장, 칠판까지 기억관에 고스란히 보존된 4·16민주시민교육원은 수많은 이들의 가슴 아픈 기억과 상념을 품고 있다.

한창 개원 준비에 바쁜 지난달 23일 전 원장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적금로 4·16민주시민교육원 원장실에서 만났다.

전 원장도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었다. 아들 찬호는 과학을 좋아하고 소방관이 꿈이었다.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6825t급 카페리 여객선인 세월호에 단원고 친구들과 함께 승선했던 아들은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배가 침몰하고도 30일이 지난 뒤에야 차디찬 주검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왔다.

“아내와 큰아들에게는 보여주지 못한 채 혼자서 1시간 이상 울고 아이를 만져보았어요. 그리고 잘 수습해서 예쁜 모습만 (가족에게) 보게 해주었어요”

배가 침몰한 다음 날 팽목항 인근의 한 마을에서 밤새 바다를 바라보며 주머니에 있던 담배 5갑을 피우며 혼자 울음을 삼켰지만, 이 두 번의 눈물을 끝으로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엄마 아빠들 울 때 왜 저라고 속 시원하게 울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어요. 팽목항 이후로는 울지 않았어요. 약해지면 안 되니까. 함께해준 국민 앞에서, 가족협의회 찬호 아빠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서죠. 정말 힘들고 지쳐서 쓰러질 것만 같을 때만 한두 번 분향소 입구에서 봤어요. 한번 (아이들을) 보고 나면 다시 정신을 바싹 차리게 되죠”

무고한 아이들 죽음의 진상을 밝히려 거리에서 싸우던 그와 유가족들에게 4·16민주시민교육원의 설립은 또 다른 오랜 바람이었다. 제대로 된 세월호 기억과 안전 사회로의 변화, 국가의 주인은 나 자신이라는 민주시민 교육을 미래 세대에게 주기를 바랐던 터다.

세월호 참사 7주기 맞아 내달 문 열어
‘4층 기억관’에 ‘시민교육프로그램’도
단원고 ‘4·16 기억교실’ 온전히 보존
“세월호 참사 제대로 기억하고
‘국가감시’ 민주시민 역량 키울 터”

2014년 아들 잃고 줄곧 ‘거리의 삶’

“교육원은 단순히 박물관이 아닙니다. 현재와 미래에 살아있는 교육공간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공감하고 제대로 기억하는 열린 공간입니다”

1953년 창경호, 1970년 남영호, 1993년 서해 훼리호,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참사까지 주기적으로 끔찍한 대형 재난 참사를 겪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망각의 시간 속에서 4·16민주시민교육원은 깨어 있는 시민의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교육원은 세월호와 같은 재난 참사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알고, 비판적 사고의 힘을 기르는 민주시민교육역량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안전 사회가 되도록 국가 제도를 감시하는 힘도 키워야죠.”

4·16민주시민교육원 내 기억교실 모습. 홍용덕 기자
4·16민주시민교육원 내 기억교실 모습. 홍용덕 기자
옛 안산교육지원청 건물을 리모델링한 4·16민주시민교육원은 이런 간절한 바람이 담겼다. 본관에는 초등학교 5~6학년과 중고교생, 대학생과 교사, 학부모, 시민을 상대로 한 4·16민주시민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미래희망관이 자리 잡았다. 별관에는 4층 규모의 기억관이 들어섰다. 4·16기억교실이 온전히 보존돼 세월호에 대한 기억과 공감, 사회적 연대와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쓰일 예정이다.

세월호 진상 규명도 더디지만 4·16민주시민교육원의 개원에도 곡절이 많았다.

“2016년 당시 미수습자들을 수습하던 상황에서 저희는 몇 가지 바람이 있었어요. 우선 단원고 4·16 기억 교실의 존치와 보전이었어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살아있는 교육공간으로 활용되기를 바랐죠. 그리고 아이들의 명예회복이었어요. 학사 일정 중 희생된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적됐거든요.”

제적됐던 희생 학생들은 학적부 복적을 거쳐 참사 5주기인 2019년 2월 명예졸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원고 내 기억교실의 존치는 반대에 부닥쳤다. 단원고 일부 학부모들은 교실이 부족하다며 재학생에게 기억교실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은 한국종교인 평화회의가 중재에 나서면서 가족협의회 등 7개 기관이 2016년 5월9일 416안전교육시설 협약을 맺으면서 해결됐다. 하지만 건립에만 5년이 걸렸다. 자식을 잃은 아픔에 긴긴 싸움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대한 변화와 가치를 미래세대에 전달해주도록 해야 헛된 희생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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