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수사팀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 사건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전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검사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한 공수처가 “공소제기 판단을 위해 수사를 마친 뒤 공수처로 송치하라”고 통보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 사건 수사와 기소 분리에 ‘문제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15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공수처장이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공문에 ‘수사완료 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송치하라’고 수사지휘성 문구를 기재한 뒤 쏟아지는 질문이 수습 안 되니 ‘사건을 이첩한 것이 아니라 수사권한만 이첩한 것’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를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원지검 수사팀 명의의 ‘공수처법 규정 검토 보고서’를 함께 첨부해 공수처의 송치 요구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첩의 의미를 “사건을 다른 기관으로 보내 그 기관이 사건을 처리하게 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받은 경우에 다른 수사기관이 더는 그 사건에 관여할 수 없듯이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한 경우에도 공수처는 더 이상 그 사건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수처가 ‘수사완료 뒤 송치’를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공수처가 본건에 독점적 기소권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공수처는 원칙적으로 수사권만 있고 예외적으로 기소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특정 신분의 특정범죄에 대한 공수처의 독점적 기소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건을 공수처로 송치할 경우 “재이첩한 사건을 재재이첩 요청하는 것”이고 이는 “수사기관 간의 ‘사건돌리기’와 같아 사건처리 지연, 수사대상자 권익침해, 불공정 수사 논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장검사는 법무부가 수사팀 파견검사 2명의 파견 연장을 허가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직무대리 요청 절차 하나 제대로 밟지 못하는 부족한 팀장을 만나 수사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는 두 후배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다”며 “남은 수사 인력(3명)만으로도 제대로 수사가 마무리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하신다니 그리해야겠고 실제로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진욱 공수처장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송치요구를 한 것이 “문제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 처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 뒤 사건을 송치하라고 요청한 것에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는 지적에 “어제 입장문에 쓰인 대로”라며 말했다. 전날 공수처는 “수사 부분만 검찰에 이첩한 것으로, 공소 부분은 여전히 공수처 관할 아래 있다”며 “현재 공수처가 수사에 전념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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