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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스토킹 구속 비율, 48%도 아니고 4.8%…너무도 관대한 나라

등록 2022-09-16 16:29수정 2022-09-16 22:33

구속이 능사는 아니지만
스토킹 살인 반복되는데
구속수사 비율 5%도 안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역무원이 한 남성에게 살해당한 다음 날인 15일 오후 사건 현장 앞에 시민들이 놓고 간 꽃이 놓여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역무원이 한 남성에게 살해당한 다음 날인 15일 오후 사건 현장 앞에 시민들이 놓고 간 꽃이 놓여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스토킹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지만,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검거된 피의자 가운데 구속된 이는 5%도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구속수사가 능사는 아니나, 스토킹 범죄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강한 집착과 비뚤어진 지배욕을 드러내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법원과 수사기관의 미온적 대처가 이번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과 같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구로구 스토킹 살해 앞서 구속영장 반려  

16일 <한겨레>가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스토킹처벌법 접수 및 처리현황을 보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21일부터 올해 6월까지 검찰이 처분한 스토킹 사건 3182건 가운데, 피의자가 구속된 건수는 4.8%(154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단계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경찰이 신청을 하더라도 검찰이나 법원 문턱을 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지난 2월 발생한 서울 구로구 스토킹 살해 사건에서도 당시 경찰은 가해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반려하면서 피해를 막지 못했다. 당시 가해자는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경찰 신변 보호를 받던 40대 중국 국적 여성을 살해했다.

문제는 스토킹범죄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의 안일한 판단이 스토킹 범죄 대응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권인숙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경찰의 연도별 스토킹범죄 검거인원과 여성가족부의 자료 등을 보면, 올 상반기 스토킹범죄로 경찰에 붙잡힌 이는 2924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7년 358명, 2018년 434명, 2019년 580명, 2020년 481명, 2021년 545명(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10월21일 이후 집계 기준)이었다. 올 상반기 검거인원을 5년 전과 견주면 8배나 늘어난 상황이다. 이는 스토킹처벌법 시행으로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스토킹=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퍼지면서 피해자의 적극적인 신고가 이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스토킹 끝은 살인…법원·수사기관, 관점 바꿔야”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인 서혜진 변호사는 “‘스토킹의 끝은 살인’이라는 말이 있다”며 “법원과 수사기관은 살인 등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스토킹 범죄를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현행법은 스토킹 행위를 너무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 스토킹 범죄 수법은 얼마든지 진화할 수 있고, 가해자들이 법망을 교묘히 피해갈 가능성도 있기에 스토킹 행위를 더 포괄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 고소를 취하해달라는 가해자의 협박 등으로 2차 피해를 보는 스토킹 피해자들이 많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반의사 불벌죄 조항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법무부는 스토킹처벌법에서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스토킹 피해자가 신고 뒤 가해자 처벌에 이르기까지 불안에 떨지 않고 견딜 수 있도록 피해자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이 하루빨리 도입돼 국가가 피해자를 끝까지 보호한다는 믿음을 피해자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제정안은 지난 4월2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됐지만 5개월 가까이 방치된 상태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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