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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죄송하다” 한 건 시민들…‘신당역 포스트잇’에 답하라

등록 2022-09-16 13:40수정 2022-09-16 17:54

사건 발생한 여자화장실 앞 추모 공간
시민들, 고인 추모·애도하는 메모지 붙여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추모 공간에 붙은 시민들의 메모지. 박지영 기자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추모 공간에 붙은 시민들의 메모지. 박지영 기자

지난 14일 여성 역무원이 자신을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뒤, 사건이 일어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 앞에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포스트잇(메모지)에 고인을 추모하는 내용을 써서 붙이거나 조화를 놓아두는 등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한겨레>는 16일 오전 11시 기준 시민들이 추모 공간에 붙인 추모글 가운데 50개를 골라 옮긴다.

시민들의 글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 비통함, 분노 등의 감정이 묻어났다. 시민들은 피해자에 대한 추모와 더불어 ‘스토킹 범죄에 대한 더 강한 처벌’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 ‘여성이 더이상 죽지 않는 사회’ 등 여성 상대 강력범죄, 여성 혐오 범죄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피해자가 지난해 10월 피의자 전아무개(31)씨를 고소했을 당시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과, 이후 비극을 막지 못한 경찰 등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시민들의 바람은 하나로 모아졌다. ‘여성이 안전한 세상…살아서 퇴근하고 싶다’

-여성이 안전한 세상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

-살아서 퇴근하고 싶다

-말도 안 되는 일이네요. 항상 저 멀리에서만 있던 일인데 오늘은 제가 매일 퇴근하는 길이네요. 감히 뭐라 위로의 말씀을 못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젊은 나이에 너무 허망하게 갔다는 게 말도 못하게 비통하네요. 정말 정말로 더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더 강한 처벌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성폭력 없는 일터 안전한 일터를 원합니다.

-여자에게 조심 그만!! 남자들에게 그만해라!! 하지 마라!!

-노동하는 공간이 나를 위협하는 공간이 되다니 너무 슬픕니다. 여성으로서 노동자로서.. 기도하겠습니다.

-좋은 곳으로 편안히 가세요.

-좋은 곳에 가셔서 편히 쉬세요

-여성에게 안전한 일터 남성에게 안전한 일터 노동자에게 안전을

-역무직원 2인1조 근무 반드시 실행!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추모 공간에 붙은 시민들의 메모지. 박지영 기자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추모 공간에 붙은 시민들의 메모지. 박지영 기자

-시민의 안전도, 동료의 생명도 지키지 못한 서울교통공사는 대체 왜 존재합니까?

-“가해자는 감방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왜 이 간단한 진리가 이 나라에선 통하지 않습니까?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안일한 마음으로 피해자의 동선을 알게 한 건 미필적 고의가 아닙니까?

-이미 범죄 전과(불법촬영)가 있고 스토킹으로 재판 중이었던데 진작에 사회격리시켰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비극입니다.

-그곳에선 아프지 마라. 그곳에선 고독이 없었음 좋겠다. 그곳에선 편안하시라는 말조차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피해자가 피해를 보지 않게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을 수 있게 꼭 지켜보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미안해요 다음에는 행복한 세상에서 만나요

-그곳에서는 편안히 계시길 바랍니다. 더 이상 이런 가슴 아픈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편안히 영면하시길 바라요.

-얼마나 더 많은 여성혐오 범죄가 반복되고 얼마나 더 많은 여성들이 죽어야 하나요? 사법부와 서교공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십시오

-스토킹이 살인으로 번지게 놔둔 판사와 공사는 반성하고 각성하라!

-좋은 곳에서 편하게 잠드세요.

-여자도 안전하게 퇴근할 권리가 있다. 지켜주십시오!

-아름다운 나이에 빛을 보지 못하고 안타까운 일을 당해 슬퍼요. 기도할게요. 편히 쉬세요.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추모 공간에 붙은 시민들의 메모지. 박지영 기자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추모 공간에 붙은 시민들의 메모지. 박지영 기자

-서울교통공사에서 피해자에 대한 추모를, 애도를 정식적으로 해주세요. 반복하고, 잊지 말아주세요. 구조적 문제를 알고 노동자를, 여성을, 소수자를 차별하지 말아주세요. 노력해주세요. 알아주세요. 제발.

-STOP FEMICIDE 이래도 한국이 치안이 좋습니까? -30대 여성 1

-젠더 폭력은 구조적·문화적 성차별이 만든 범죄입니다. 회사가 책임지고 바꿔야 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안전하고 존중받는 곳에서 행복하시기를, 같은 여성이자 노동자로서 간절히 바랍니다.

-또 다시 같은 아픔이 반복되는 사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함부로 말을 더 할 수 없어서 더욱 마음이 무거운 사건입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전히 일할 수 있게 했어야 합니다. 가슴이 먹먹합니다. 항상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발 안전하길 바랍니다. 피해자를 추모합니다.

-어제...대한민국은 또다시 한 여성을 잃었습니다. 매순간 반복되고 있는 여성 스토킹 피해, 살인사건...그리고 약하다는 이유로 이렇게 극악무도한 살해를 업무공간에서 당하는 끔찍한 현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새파란 청춘이란 말이 왜 성폭력 가해자에게는 붙여지고 자기 일을 하던 20대 여성, 성범죄 전력이 있는 범죄자에게 살해당한 여성에겐 낯선 말이 되어야 합니까.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추모 공간에 붙은 시민들의 메모지. 박지영 기자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추모 공간에 붙은 시민들의 메모지. 박지영 기자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로 한국이 여성 안전, 여성인권을 대하는 태도는 얼마나 바뀌었습니까. 언제까지 여성 개인이 ‘조심’해야 합니까? 언제까지 나쁜 남자 한 명의 문제로 축소할 겁니까? STOP FEMICIDE

-여성이 더 이상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이런 일이 앞으로는 발생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화가 치밀고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그곳에서는 편하게 쉬세요

-안전해야 할 일터에서 너무 슬프고 무섭고 황망합니다. 하루하루를 또 살아남아야 하는 여성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남성에 의한 여성 대상 폭력/살인 제대로 처벌해라!

-여성의 안전이 충분히 보장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길... 다신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이요..!

-후배님..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부디 평안한 곳으로 푹 쉬시길...

-부디 영면하소서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빕니다

-시민의 안전이 먼저였던 여성의 죽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바뀌지 않은 시대에 남성으로서 죄송합니다. 편히 쉬세요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편히 쉬세요.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모두에게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바랍니다. 저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목소리 낼게요. 미안합니다. 스토킹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탄원합니다.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추모 공간에 붙은 시민들의 메모지. 박지영 기자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추모 공간에 붙은 시민들의 메모지. 박지영 기자

-죽지 않을 수 있었는데.... 막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꼭 세상을 바꾸어낼게요

-불법촬영, 성추행, 강간, 살인 ‘여성이 행복한 화장실’은 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언제까지 강력범죄를 모른 척하는 나라에서 개인이 몸 사리며 살아야 합니까.

-여자도 안전하게 퇴근할 권리가 있다. 지켜주십시오.

-내가 가장 슬픈 것은 피해자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여성혐오범죄 앞에 법적 테두리 안에서 홀로 할 수 있는 대응을 다했다.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터에서 자신의 일을 했다. 포기한 것은 법원과 경찰뿐이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1심 판결 하루 전 그는 죽었다. 왜 그가 죽어야 하는가? 왜 구속하지 않았나. 왜 여성은 스토킹 당하고 법에 외면받은 채 죽어야 하나. 왜. 이 수많은 ‘왜’ 앞에 답하라. (진보당 인권위원회)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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