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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로스쿨 학생들이 ‘안희정 1심 재판부’ 규탄한 네 가지 근거

등록 2018-08-20 10:09수정 2018-08-20 11:27

전국 젠더법학회연합, 안희정 1심 판결 규탄 성명
“‘위력’에 대한 해석 1998년 대법 판례보다 후퇴”
페이스북 전국 법전원 젠더법학회 연합 페이스북 갈무리
페이스북 전국 법전원 젠더법학회 연합 페이스북 갈무리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젠더법학회 연합(이하 젠더법학회연합)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1심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성폭력 혐의 전부에 무죄를 선고해 큰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젠더법학회연합은 19일 페이스북에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에 부쳐”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모두 4가지 항목에 걸쳐 판결문 내용을 규탄했다.

젠더법학회연합은 먼저 “재판부는 ‘업무상위력에 의한 추행 및 간음’의 구성 요건을 기존 대법원 판결의 판시보다 엄격하게 해석한 근거에 대해 합당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1998년 1월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1998년 대법원 판결문은 ‘위력’에 대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위력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고, 이 경우에 있어서의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라 판시한 바 있다. 이 대법원 판례를 적용하면, 안 전 지사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 그 자체로 위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굳이 피해자 김지은씨의 자유 의사가 제압됐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당시 판결문 보기)

젠더법학회연합은 이와 관련해 안 전 지사가 유력 대선후보이자 도지사로서의 사회적·정치적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 등을 함께 들어 “피해자의 강한 저항이 있었는지 여부를 문제 삼지 않은 1998년의 대법원 법리보다 훨씬 엄격하고 후퇴한 기준을 적용한 이유를 재판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젠더법학회연합은 두 번째로 “1심 재판부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한다는 명목으로 광범위한 ‘품행 심판’을 진행했다”며 서울서부지방법원 1심 재판부(부장판사 조병구)가 대법원이 제시한 성인지 감수성 기준에 현격히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심리를 ‘위력 행사’ 여부보다 ‘피해자의 자유의사 제압 여부’에 초점을 맞추며 재판을 가해자에 대한 심리가 아닌 피해자에 대한 심리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안 전 지사가 피해자 김씨에게 “잊으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나 3월6일 김씨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한 날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고 글을 쓴 사실 등 안 전 지사의 유죄 입증에 유리한 증거들이 판결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못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다.

세 번째로는 재판부가 “여성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없는 현실의 성별 권력 구조를 외면했다”며 “유력 대선 주자와 수직적 관계에 놓인 피해자 사이의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젠더법학회연합은 마지막으로는 1심 재판부가 안 전 지사를 무죄 판결한 이유에 입법이 미비한 점을 문제로 명시한 데 대해 입법부에만 공을 넘길 것이 아니라 법 해석 및 적용을 맡은 기관으로서 소임을 다하라고 비판했다.

젠더법학회연합은 성명서에서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바로 인종차별과 성차별이다”라는 영국의 페미니스트 작가 겸 학자인 사라 아메드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젠더법학회 연합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한양대 로스쿨 내 젠더법학회 및 인권법학회 소모임들의 연합 모임이다.

박수진 기자 sujean.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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