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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략가 모리야스’, 정교한 교체투입…점유율 3분의 1로도 승리

등록 2022-11-24 10:20수정 2022-11-24 11:32

2022 카타르월드컵 일본-독일전 분석
일본의 아사노 다쿠마가 23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독일전에 승리한 뒤 포효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일본의 아사노 다쿠마가 23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독일전에 승리한 뒤 포효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에 이어 독일도 무너졌다.

일본이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독일에 2-1 역전승을 거둔 23일(현지시각) 밤. 카타르 알라이얀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일대는 역사적인 경기의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하철역 안전요원은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일본 방문팬을 향해 주먹 악수를 청하며 “멋진 경기였다”(Great Game)라고 외쳤고, 도로 위 차들은 동양인이 보일 때마다 창문을 내리고 “재팬!”을 찾았다.

승장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경기 뒤 “일본 축구가 세계적인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어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이겼는데, 아시아 팀의 수준이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같은 ‘언더독’의 역전승이었지만 전날 카타르 루사일에서 ‘축신’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수비라인을 올려두고 제압해버린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의 독일 사냥은 그 양상이 조금 다르다.

이날 일본의 전반전은 형편 없었다. 전반 초 속공 역습으로 뽑아낸 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된 뒤 45분 내내 끌려가는 경기를 했다. 독일은 왼쪽 윙백 다비트 라움(라이프치히)을 높이 올려 공격 숫자에 우위를 점한 채 일본을 찍어눌렀다. 결국 라움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일카이 귄도안(맨체스터 시티)이 선제골을 쐈다. 일본은 전반전에만 패스 숫자에서 7배 가까이 밀렸고(444-66) 슈팅은 14-1까지 벌어졌다.

모리야스 하지메(오른쪽) 일본 대표팀 감독. UPI 연합뉴스
모리야스 하지메(오른쪽) 일본 대표팀 감독. UPI 연합뉴스

일본 도쿄 거리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일본 팬들이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일본 도쿄 거리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일본 팬들이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0-1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친 모리야스 감독은 기책을 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미드필더 구보 다케후사(소시에다드)를 빼고 수비수 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널)를 투입한 것. 골이 필요한 시점에 수비 안정화를 먼저 택한 것이다. 모리야스 감독은 “전반전은 압도적으로 밀렸지만 수비에서 참을성 있게 버티면 흐름은 온다고 생각했다”라고 선택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정교하게 포지션을 갈아끼우며 좋은 수비가 좋은 공격으로 이어지길 바랐고, 그의 의중은 더할 나위 없이 맞아떨어졌다.

모리야스는 후반 12분 최전방을 아사노 다쿠마(보훔)로 바꾸고 측면 수비 자리에 윙어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턴)를 넣어 기동성을 강화했다. 곧이어 26분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한 명씩 빼고 윙어 도안 리츠(프라이부르크)와 공격형 미드필더 미나미노 다쿠미(모나코)를 투입했다. 차근차근 무게중심을 다시 앞으로 빼며 출력을 높인 결과 마지막 교체 1분 만에 일본은 동점골(도안)을 쐈고 이어 후반 38분 롱패스 한 방으로 역전포(아사노)를 완성했다. 모두 교체 투입된 선수들의 작품이었다.

월드컵 역사상 일본이 선제실점을 하고도 역전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월드컵에서 일본의 선제실점 경기 기록은 2무7패. 일본의 스포츠 전문지 <닛칸스포츠>는 이 같은 사실을 짚으며 “승률 0%에서 독일을 격파했다”라고 썼다. <디애슬레틱>은 “순수하게 전술적인 관점에서 일본의 승리는 현재까지 카타르월드컵에서 가장 흥미로운 경기였다”라고 평했다.

독일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일본에 패한 뒤 유니폼을 벗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독일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일본에 패한 뒤 유니폼을 벗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한편으로 이 경기는 ‘결정력 없는 점유율’의 무용함을 다시 한 번 드러낸 한 판이 됐다. 독일은 이날 공 점유율에서 66%-23%까지 세 배 가까이 일본을 압도했으나 단 한 지역, 일본의 벌칙구역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독일의 기대득점(xG)값은 3.26골. 3골을 넣었어야 하는 경기에서 1골밖에 넣지 못하고 기회를 날리는 사이 일본은 3개의 유효슈팅에서 2골을 뽑아내며 거인을 쓰러뜨렸다.

도하/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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