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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패럴림픽 폐막] ‘노메달’보다 아쉬운 ‘노메달급 저변확대 노력’

등록 2022-03-13 20:10수정 2022-03-14 02:00

한국 패럴림픽 8년 만의 ‘노메달’
더딘 세대교체·인프라 부족이 원인
중국 1위·우크라이나 2위…역대 최고 성적
신의현이 11일 중국 장자커우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인디비주얼 남자 좌식 12.5km 경기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후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신의현이 11일 중국 장자커우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인디비주얼 남자 좌식 12.5km 경기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후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어수선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평화와 연대의 가치를 위해 달려온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이 열흘간의 여정을 마쳤다. 이미 제 삶에서 가장 큰 도전을 이겨낸 선수들의 열전은 눈부셨으나, 한국 대표팀은 장애인 체육 저변 확대라는 해묵은 숙제를 재확인해야만 했다.

한국은 베이징 대회에서 6개 모든 종목에 선수단 79명(선수 31명)을 내보냈다. 4년 전 평창(금1 동2)의 좋은 기운을 이어가고자 동메달 2개를 목표로 내걸었으나 78개 세부 종목에서 누구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1992 알베르빌 대회부터 8개 겨울패럴림픽에 개근해온 한국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2010 밴쿠버, 2018 평창 이외 대회에서 메달을 딴 적이 없다.

평창에서 한국에 첫 겨울패럴림픽 금메달을 안겼던 ‘철인’ 신의현(42)은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 스키 6종목에 출전했지만 순위 싸움에서 밀렸다. 신의현은 12일 크로스컨트리 남자 좌식 미들 10위로 대회를 마친 뒤 “자만하진 않았지만, 정보 없이 자신감만 가지고 여기에 온 것 같다”며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봤다. 신의현은 메달은 없었으나 8일 동안 이틀만 쉬면서 약 57.5㎞를 완주하는 ‘철인의 질주’를 보여줬다.

평창 동메달에 이어 2연속 패럴림픽 메달을 노렸던 파라아이스하키팀은 동메달결정전(12일)에서 ‘복병’ 중국에 0-4로 졌다. 경기 도중 중국 선수 션이펑의 스틱에 목을 찔려 응급처치로 지혈한 뒤 다시 경기에 나선 정승환(36·강원도청)은 “이 정도는 언제든지 참고 뛸 수 있다. 다친 것보다 경기에서 져 마음이 더 아프다”고 했다.

장종호(왼쪽)와 정승환이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장애인아이스하키 동메달결정전 중국과 경기에서 중국 션이펑에게 네 번째 골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종호(왼쪽)와 정승환이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장애인아이스하키 동메달결정전 중국과 경기에서 중국 션이펑에게 네 번째 골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민수 파라아이스하키 감독은 “사실 우리 모두 어떻게 해야 강팀이 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그렇지만 평창 이후 우리나라 파라아이스하키에 많은 변화가 없었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평창의 기적’이 인프라가 되지 못하고 일회성 영웅담에 그친 것 같다는 진단이다. 파라아이스하키팀은 평창에서 약속받은 선수촌 내 전용 링크장을 얻지 못했고 실업팀도 여전히 하나뿐이다 . 투자가 부족하니 세대교체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는다 .

윤경선 겨울패럴림픽 선수단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이에 호응하듯 “젊은 선수들 유입을 통한 세대교체, 스포츠 과학 접목한 체계적 훈련 시스템 개발, 겨울종목 인프라 확대”를 향후 과제로 꼽았다. 한국은 어린 선수도, 여성 선수도 적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37.8살이고 여성 선수는 두 명(알파인스키 최사라, 휠체어컬링 백혜진)뿐이었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이번 중국의 예에서 보듯 10년 이상 선수를 키우고 투자해야 한다”면서 “종목단체, 시도체육회와 손잡고 전문체육뿐 아니라 생활체육도 활성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개최국 중국은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그간 겨울패럴림픽 메달 한 개가 전부였던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메달 61개(금18 은20 동23)를 휩쓸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휠체어컬링 패럴림픽 2연패와 더불어 크로스컨트리 양훙충(3관왕), 알파인스키 장멍추(2관왕), 파라아이스하키 득점왕 션이펑(8골) 등 스타를 배출하며 역사를 썼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회 전 테스트 이벤트가 취소된 상황에서 코스를 먼저 익히는 ‘안방 이점’을 살린 것도 비결이지만, 핵심은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다. 중국은 대회 유치 후 장애인 인구의 체육 접근권을 늘리며 인재 발굴에 공을 들여 왔다. 중국 <인민망>은 중국 장애인의 문화·체육 활동 참여율이 2015년 6.8%에서 지난해 23.9%로 세 배 넘게 뛰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13일 중국 장자커우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오픈 릴레이 경기 후 금메달에 기뻐하며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장자커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13일 중국 장자커우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오픈 릴레이 경기 후 금메달에 기뻐하며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장자커우/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는 우크라이나가 차지했다. 러시아 침공을 받은 상황에서 출전만으로도 기적이었던 선수들은 베이징에서 메달 29개(금11 은10 동8)를 거머쥐었다. 2006 토리노 대회 3위, 2016 리우 대회 3위 이후 최고 성적이다. 겨울패럴림픽에서 두 자릿수 금메달을 따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선수 20명, 가이드 9명 등 54명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선수단은 대회 내내 반전과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10일 장자커우 선수촌에 모여 전쟁 중단을 촉구하고 1분간 묵념하며 자국민들과 연대를 표했다. 발레리 수쉬케비치 우크라이나 패럴림픽위원장은 “인류가 문명화됐다면 전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오늘도 많은 사람이 죽었다. 전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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