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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23·한국가스공사)은 오늘 밤 라면을 끓일 것이다. 그 맛은 아는 사람만 아는 맛일 것이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남자 58㎏ 결승전이 열린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 장준은 이란의 마흐디 하지모사에이나포티를 라운드 점수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준은 2라운드 종료 4초를 남기고 머리에 적중한 발차기가 비디오 판독 후 득점으로 인정받아 4-4 동점을 만들었고, 동률시 더 큰 점수 공격(회전, 머리, 몸통, 주먹)에 우위를 주는 규정에 따라  승리했다.

장준이 속한 58㎏ 종목은 한국 태권도 실력자들이 즐비한 체급이다. 세계태권도연맹(WT) 랭킹 상위 10명에 1위 장준을 비롯해 박태준(4위·경희대), 배준서(7위·강화군청)까지 세 명이 몰려 있다. 지난 5∼6월 세계선수권에서는 배준서가 58㎏, 박태준이 54㎏ 대표로 나서 나란히 금메달을 땄다. 장준 역시 2020년 올림픽 선발전에서 세계선수권 3회 우승자 김태훈(수원시청)을 꺾으며 등장한 신성이었다.

늘 강호가 붐비는 경량급에서도 장준은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세계 랭킹 16위권만 초청받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세계선수권마저 제패하며 연맹에서 2019년 올해의 선수에 뽑혔다. 2021년 도쿄에서 올림픽 데뷔전 동메달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지난해와 올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 재선발전에서 연달아 1위를 차지하며 생애 첫 아시안게임 티켓도 쥐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항저우 대회가 연기되면서) 재선발전을 진행한다고 했던 때”라고 밝힌 장준은 끝내 첫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을 쟁취했다. 이날 16강전 스리랑카의 샬린다 리야나지, 8강전 대만의 황위샹, 4강전 아프가니스탄의 모흐센 레자이를 모두 라운드 점수 2-0으로 물리쳤고 결승 상대 하지모사에이나포티(랭킹 13위)마저 제압했다. 체력이 한계에 몰리는 상황에서 한 라운드도 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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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계체와 종일 이어지는 겨루기로 지친 장준이 거사를 마친 뒤 가장 먼저 찾는 음식은 라면이다. 그는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해외에서 경기를 마치고 나면 그날 저녁에 바로 라면을 먹는다”(올림픽닷컴), “경기 앞두고는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음식을 가려 먹는데, 얼른 잘 끝내고 라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항저우 대회 취재정보자료집)라고 말했다. 이제 보상의 시간이 왔다.

한편 여자 49㎏에 출전한 강미르(영천군청)는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두냐 알리 아부탈렙에게 0-2로 패해 탈락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