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
왼쪽부터 사노위 양한웅 집행위원장, 사노위원장 지몽 스님, 사노위원 여등 스님. 조현 기자
스님들 ‘100일간 10만배’ 활동 시작
전국 20명의 사노위원 스님 맹활약
‘세월호 맹골수도 3년’ 등 현장 지켜 “최근 봉은사 폭행 사건 부끄러워”
내일 출범 10돌 기념식·사진전도 사노위는 그동안 케이티엑스(KTX) 승무원, 콜트콜텍, 파인텍 등 장기 농성장에서 현장 기도, 오체투지, 3천배 등을 하는 한편, 스님들이 노사 양쪽을 오가며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4명이 돌아올 수 있도록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배로 1시간 반 거리의 사고 현장힌 맹골수도까지 가서 3년 동안 기도하기도 했다. 산재 사고로 희생된 노동자들의 아픔을 달래면서 재발 방지와 문제 해결을 꾀하고, 발달장애인들의 애타는 호소에 동참하느라 동분서주하는 것은 이제 사노위 스님들에겐 예삿일이 됐다. 그러나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종단 내 보수파나 개신교의 극우 교단으로부터 “스님들이 수행이나 하지 웬 세속일에 나서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시위에 동참했을 때는 반대하는 기독교인 시위자들에게 ‘사탄’이란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지몽 스님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지난해 오체투지로 하루 3㎞씩 10일 동안 비를 맞아가며 국회의사당을 돌았는데도 법 제정이 안 되자 자식들 아픔을 풀어주지 못한 무력감에 애통해하는 성소수자 부모들을 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한 발달장애인이 오체투지 하는 스님들의 안전을 위해 차량들이 달려들지 못하도록 행렬 맨 뒤에서 휠체어를 타고 뒤따르는 모습을 본 순간 가슴이 따뜻해졌다”고 말을 이었다. 지몽 스님은 또 “20명의 위원 스님들이 늘 열일 제치고 함께해준 덕분에,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조계종 사노위 활동을 지켜보며 불교계 전반적으로 사회적 현안을 보는 시선이 많이 열린 듯하다”고 뿌듯해했다. 실제로 사노위에는 보살 정신 없이는 함께하기 어렵다. 억울한 호소를 경청하고, 꼬일 대로 꼬인 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는데다, 고행까지 감내해야 한다. 지난해엔 미얀마 민주화 인사 석방을 기원하며 서울 한남동 미안마대사관에서 종로 유엔인권위 사무실까지 6.7㎞를 5시간 동안 오체투지 하느라 스님들의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기도 했다. 사노위는 케이티(KT) 노조 출신인 양한웅 집행위원장과 이권수 사무국장 등 재가자들이 상근으로 지키고 있을 뿐, 위원장을 비롯 모든 스님들은 비상근이다. 이날 함께 자리한 양 집행위원장은 “억울한 죽음을 당한 노동자의 유족들 중에는 불자도 아니고 이웃 종교나 무교인인데도 스님들이 직접 현장에서 49재를 지내 망자의 영혼이나마 위로해주길 원한다”며 “약자들의 이런 호소가 있을 때마다 전국에서 올라와 함께해주는 스님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사노위는 처음부터 종단에서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지시하면 일을 할 수 없다고 선언했어요. 지금까지 종단이 한번도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은 덕분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기구로서 순수성을 유지할 수 있었죠.” 그러나 최근 서울 강남 봉은사 승려들의 해고종무원 폭행 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면 ‘왜 종단 내 약자는 돌보지 않느냐’는 질문에 봉착하곤 한다. 이에 대해 사노위원들은 하나같이 “수행자이자 종교인으로서 그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너무 죄스럽고, 국민들께도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며 안타까워했다. 조계종 사노위는 24일 오후 2시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출범 10돌 기념식을 연다. 또 사노위 활동을 박승화·이명익·정택용 작가가 기록한 <거리의 목탁> 사진전이 24~3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펼쳐진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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