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네덜란드 밍크농장 폐쇄를 앞두고 모피를 위해 잔인하게 도살당하는 밍크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애니멀라이츠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미 수백만 마리가 집단 도살된 밍크가 모피를 위해 마지막까지 고통받는 모습이 포착됐다.
18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동물단체 ‘애니멀라이츠’(Animal Rights)는 네덜란드 모피농장 2곳의 마지막 수확 장면을 촬영한 잠입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5월 농장 내 코로나19 종간 전염을 확인한 네덜란드는 69개 농장의 밍크 57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더불어 2021년 3월까지 모든 밍크 농장의 폐쇄를 명령했다. 2024년으로 예정됐던 밍크농장 완전 철수계획을 3년 앞당긴 결정이다.
그러나 밍크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 중이다. 폐업을 앞둔 네덜란드 내 50개 이상 농장에서 ‘마지막 수확’에 나섰기 때문이다. 애니멀라이츠는 “지난 4~5월에 태어난 밍크들이 털을 위해 11월, 12월에 가스실로 보내진다. 이 털들은 마리당 약 20유로(2만6000원)에 팔린다”고 말했다.
애니멀라이츠가 공개한 두 편의 영상에서 밍크들은 가스실로 거칠게 던져졌다. 영상들은 지난주 네덜란드 남부 팔켄스바르트와 로스말렌 지역에서 촬영됐다. 로스말렌의 일꾼들은 밍크사육장 사이에 이동식 가스도살 기구를 밀고 다니며 철창에서 꺼낸 밍크를 차례로 기계로 던져넣었다. 살아있는 밍크들은 꼬리가 잡힌 채 기계 안으로 내던져졌으며, 작업은 밍크가 저항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팔켄스바르트에서 촬영된 영상에서도 농장 작업자는 밍크의 꼬리와 뒷다리를 잡고 물건 던지듯 밍크를 기계 안으로 밀어넣었다. 영상에는 가스실 안에 던져진 뒤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밍크의 울음소리까지 녹음됐다. 헤어캡, 마스크, 방역복 등 위생용품들을 착용한 앞선 농장과 달리, 이곳의 작업자는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도살작업을 진행했다. 마스크 또한 턱 밑으로 내려진 상태였다.
네덜란드 남부 로스말렌 지역 밍크 농장의 작업자들은 밍크의 꼬리나 뒷다리를 잡아 가스 도살기구에 밍크를 던져넣었다. 애니멀라이츠 영상 갈무리
밍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취약한 종으로, 전세계적인 감염 사태 이후 유럽 내에서만 수백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애니멀라이츠 제공
애니멀라이츠는 이 농장들이 유럽 규정과 코로나 위생규약 등을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네덜란드 동물보호법과 유럽 규정(REGULATION (EC) No.1099/2009) 모두 동물의 도살 과정에서 동물의 고통을 경감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밍크의 꼬리를 잡아 돌리거나 쓰레기처럼 내던지는 이들의 행위는 잔인할 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작업자들의 위생규약 위반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식품안정청(NVWA)의 ‘밍크농장을 위한 위생절차’(Hygiene Protocol for Mink Farms)는 어떤 경우에도 작업자들이 구강 마스크, 헤어캡, 장갑, 고글 및 방역복을 갖춰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애니멀라이츠는 “이 작업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극도로 취약한 밍크들과 하루종일 지내다, 저녁이면 슈퍼마켓에서 당신의 옆에 서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는 “이번 폭로 영상은 그동안 밍크가 모피를 위해 어떻게 죽어갔는지 극명히 보여준다. 이러한 모피농장의 일상은 동물복지를 완전히 무시하는 충격적인 장면”이라며 “정치인들이 밍크농장으로 인한 공중보건 문제를 두고 엇갈리는 동안, 밍크농장들은 마지막으로 밍크를 학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덴마크 올버르그에서 지난 14일 트렉터를 탄 농민들이 정부의 모든 밍크 살처분 명령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