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0시30분 인천지검 부천지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검수완박법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임관 2년 차인 공판부 소속 유재승 검사가 ‘수사권 유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승욱 기자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저지를 위해 일선 지검 및 지청별로 기자간담회가 잇따르고, 평검사까지 전면에 나서는 등 검찰이 전방위적인 여론전에 돌입했다. 그동안 언론 접촉을 차단하는 등 폐쇄적으로 조직을 운영해온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조금 더 샅샅이 살펴보고 경찰과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진실의 조각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저는 믿는다. 사건을 제대로 살피고 범죄를 엄정하게 판단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따스하게 안아줄 수 있는 그런 검사가 되고 싶다.”
21일 오전 10시30분 인천지검 부천지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검수완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임관 2년 차인 공판부 소속 유재승 검사는 이같이 말했다. 전국에서 평검사가 직접 언론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검사는 “부디 2년 차 검사인 저에게 그런 기회를 계속 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부천지청 심층수사팀 소속 수사관 3명도 이 자리에 참석해 검수완박법 저지에 힘을 보탰다. 수사경험이 풍부한 수사관과 금융거래추적 전문수사관으로 구성된 심층수사팀은 단기간 내 회계분석‧계좌추적‧강제수사 등 집중적인 수사가 필요한 사건에 투입되는 전담수사팀이다. 윤하나 수사관은 “당장 법률안이 통과되면 검찰 수사인력은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는 이도 없다. 그동안 쌓아온 수사관의 수사 역량이나,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들어 놓은 수사시스템도 어떻게 되는지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앞서 수원지검도 이날 오전 10시께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검사장 또는 지청장이 직접 나서던 다른 지검·지청과 달리 수원지검에서는 신성식 지검장은 나오지 않고, 양중진 1차장검사 주도로 간담회가 이뤄졌다. 수원지검은 ‘화성 두 살배기 입양아 학대 살해 사건 등 보완수사가 필요했던 대표적 사례’ 24건을 제시하며,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수원지검은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나 재수사 요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알고도,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기존 불송치 의견을 고수하거나 소극적으로 응하는 게 현실이라는 주장도 폈다.
이날 창원지검, 전주지검, 광주고검 등에서도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전날에도 수원지검 안산지청, 안양지청 등도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열어 △검사의 수사권 규정 삭제 △ 검사의 송치사건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 △검사의 직접 영장청구권 삭제 △기타 법률안의 문제점 등 항목별로 개정안에 따른 문제점을 설명했다.
‘검수완박’ 혼란 국면에서 검찰의 태도도 달라졌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공보업무 검사 외에 언론 접촉을 사실상 제한하는 등 폐쇄적으로 조직을 운영해 왔다. 특히 지난해 8월 법무부가 개정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시행,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 의결 없이 피의사실과 수사상황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검찰의 폐쇄성은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례적으로 사건과 관련한 입장문을 내거나 검찰 간부가 직접 인터뷰에 나서는 등 기존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른바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조현수 사례가 단적이다. 국민적 관심을 받는 사건이었지만, 브리핑조차 없었다. 언제나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말할 수 없다” 답변만 되풀했다. 그러던 검찰이 검거한 다음날 이례적으로 피의자의 계획범죄를 검찰이 입증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고, 조재빈 1차장은 직접 방송사와 인터뷰도 진행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이 송치한 사건 보완수사를 통해 기소한 사례를 소개하는 형태의 보도자료도 지검 및 지청별로 앞다퉈 배포하는 중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종태 광주고검장은 ‘전국적으로 검찰이 여론전에 뛰어드는 모양새가 이례적으로 보인다는 시각이 있다’는 기자 질의에 “이번 (검수완박의) 경우는 검찰뿐 아니라 국민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검과 별개로 지방에서도 언론에게 설명을 드리는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수권 부산지검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전국 지검에서 연일 간담회가 열린다’는 지적에 “그만큼 절박하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검찰 폐쇄성 부분은, 그 전에는 차장과 출입기자간 티타임이 있었는데 이번 정부 들어서 공보규정 개정으로 (티타임 등이) 막히게 됐다. 피의사실 공표 금지라는 기본권 문제도 있다. 앞으로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형근 부천지청장은 “전국에서 일제히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만큼 검찰이 절박해서 그런 것으로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평소 시민과 소통하지 않다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안이 발의되자 홍보에 나서는게 오히려 검찰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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