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로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다들 공습경보인 줄 몰랐다고 해요.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사이렌인 줄 알았다는 친구도 있어요.”
경북 울릉군에서 다이빙숍을 하는 유영민(49)씨는 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처음에 공습경보음만 울리고, 상황을 설명하는 방송은 한 40분 뒤에야 나온 것 같다. 나중에 공습경보였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북한이 2일 아침 발사한 탄도미사일 비행 권역에 들어 공습경보가 발령된 울릉도 주민들은 처음으로 현실화된 미사일 공포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울릉군에는 이날 오전 8시54분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은 전면 중단됐고 후포항에서 울릉도로 출항했던 여객선도 회항했다. 어선들에는 북위 38도 이남으로 대피하라는 공지가 내려졌다.
경상북도는 비슷한 시각 이달희 경제부지사 주재로 긴급상황판단회의를 열었다. 울릉군은 공습경보가 내려진 지 20분쯤 지난 오전 9시19분 군 자체 앱을 통해 대피 안내를 했고, 그로부터 17분이 지난 9시36분 대피방송을 내보냈다.
현지에서 숙박업을 하는 김동암(70)씨는 “경보음이 울릴 때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었다. 근데 계속 울리니까 ‘아 이게 공습경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일부 학교에서도 대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유영민씨는 “오전에 한 중학교는 정상 수업을 했다고 들었다. 학교에서도 공습경보음만 듣고 상황 판단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울릉도의 유일한 고등학교인 울릉고등학교는 오전과 오후 한차례씩 급식실과 체육실로 학생과 교직원의 대피가 이뤄졌다.
울릉군 쪽은 “공습경보음은 행정안전부의 시스템에 따라 울리는 것이다. 우리도 공습경보음을 듣고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대피 안내를 했다”고 했다. 초유의 ‘미사일 월경’이 빚어낸 불안과 혼돈의 하루였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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