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와 사귀기> 조현수 지음. 필맥 펴냄. 1만원
잠깐독서 /
지금 다시 유령이 떠돌고 있다, 마르크스라는 유령이. 영국 비비시 방송은 지난 천년 최고 사상가로 그를 꼽았다. 왜, 지금, 다시 마르크스인가.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자본의 무한질주와 자본주의의 세계화가 19세기 사상가의 유령을 21세기에 부활시킨 것. 그는 자본과 부의 집중, 절대적 빈곤층의 확대, 주식 등 금융자본의 증대라는 현대의 여러 문제들을 이미 한 세기도 더 전에 경고했다.
그런데 마르크스와 사귀다니? 그 정서적 수사학에도 불구하고 털복숭이 사상가는 수염만큼이나 까칠한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는데 대체 어찌 사귈꼬. 현실 사회주의는 이미 몰락했고 사적 소유의 폐지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두들 절감하고 있는 오늘날, 그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은폐된 문제들을 조망하고 비판함으로써 소외된 인간이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고, 한번 만나 얘기해보자고 손을 내민다. 그러므로 사귀기는 나와 너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성찰이다.
대학에서 마르크스를 강의하는 지은이는 복지국가’라는 구호에 주목한다. 냉전시대 사회주의에 맞서기 위해 도입된 복지국가 정책은 1970년대 말 이후 영국 보수당 정권의 신보수주의의 등장과 더불어 서서히 폐기되고 자본가와 노동자의 소득격차가 벌어지면서 양극화의 골을 더 깊게 했다. “노동자의 임금은 일시적인 예외를 동반하면서 생계수준으로 남을 것”이라고 언명한 마르크스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국경 없는 자본주의의 독주 시대, 노동의 유연화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시대, 지은이는 자본이 떨치는 위세는 반자본주의적인 이론과 실천의 확립을 통해서만 저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마르크스의 생애와 사상을 소개한 입문서이지만 끝부분에 노동자 대중의 궁핍화, 자본주의 붕괴론, 역사발전의 주체라는 그의 사상의 핵심과 현대적 의미를 씨줄 날줄로 엮어 조망한다.
자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철학자는 세계를 단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해왔을 뿐이다. 이제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다.”(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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