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희의 북유럽의 신화 1, 2권>안인희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각 권 1만3천원
잠깐독서 /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문명의 뿌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다. ‘북유럽의 신화’는 제목부터 낯설지만 그만큼 신선하다. 그래서인지 지은이는 글머리에 우선 두 신화의 특징을 비교해 이해를 돕고 있다.
‘그리스 신화는 알프스 이남 지중해 지역에서 생겨나 기원전 8세기 이전에 호메로스의 서사시로 정리돼 전래됐다. 반면 북유럽 신화는 알프스 이북에서 기독교 전파 이전 널리 퍼져 있었으나 9세기 이후에야 기록됐다. 북유럽 신화는 인간 영웅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 신들과 거인들의 다툼을 주로 다룬다. 그들의 몰락 이후에야 비로소 인간들의 세계, 곧 중간계가 시작한다.’
지은이는 2003년 펴내 ‘올해의 논픽션 상’을 받은 <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바그너의 안내로 북유럽 신화를 만났다. 단순히 독일어나 영어권 책들을 번역해 옮기는데 그치지 않고, 원전 격인 <옛 예다>와 <스노리 에다> 등에 흩어져 있는 내용들을 주제에 따라 재정리해 새로운 이야기로 구성해냈다.
북유럽 신화의 주인공 신들은 전혀 완벽한 존재들이 아니어서 더 매력적이다. ‘지혜의 신이자 최고의 신인 오딘은 애꾸눈이고, 지혜 자체를 상징하는 거인 미미르는 훗날 몸통은 다 버리고 머리만 남는다. 재판과 맹세의 신인 티르는 맹세할 때 쓰는 오른손을 잃어버린 외팔이다. 사랑의 여신 프라야는 잃어버린 남편을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닌다. 결혼을 수호하는 여신 프리크는 남편 오딘의 바람기로 애를 태운다. …’
지은이는 이처럼 불완전한 신들이 이야기에 새삼 주목해야할 이유가 있다고 강조한다. “수많은 형태의 내기와 지혜 겨루기, 보물, 모험, 맹세, 독특한 세계 공간, 예언과 싸움과 몰락 등이 등장. 오늘날 컴퓨터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문화산업 콘텐츠의 기본골력이 담겨 있다.”
책은 무엇보다 재밌다. ‘신들이 남매인 ‘해’와 아들 ‘달’에게 마차를 주고 하늘길을 달리도록 했는데, 늑대 두마리가 그들을 뒤쫓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지금껏 멈추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세월은 그토록 빠르게 흐르는 것이다. 늑대들이 해와 달을 삼키게 되면 세계가 끝난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와 영화 <반지의 제왕>의 원형인 ‘저주받은 반지 이야기’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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