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에떼-문화와 정치의 주변풍경> 고종석 지음. 개마고원 펴냄. 1만2천원
잠깐독서 /
1993년 첫 저서 <기자들>을 펴낸 저자가 17번째로 세상에 내놓은 책이다. 지난해 3권을 출간했고 올해 1월이 가기 전에 다시 새 책을 펴냈다. 1년 사이 4권의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저자가 상당한 독자층을 확보한 인기글쟁이라는 점과, 그의 글쓰기가 밥벌이와 직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저자는 2005년 3월부터 직장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돈을 초월한다 하더라도 스스로의 여가와 행복을 위해서라도 글쓰기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이 책은 삶을 털어 글을 쓸 수 있는 조건을 완비한 한 ‘행복한 글쟁이’의 자유로운 사변의 모둠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 많은 친구인 소설가 이인성의 산문집 발문에서부터 지난 대선에서의 호남 몰표를 옹호한 정치 에세이와 한국 보수주의에 대한 비판 글까지 동시대를 종횡무진 횡단한다.
저자 글의 미덕은, 그가 소리높여 외치는 좌파적 주장이 편벽한 이념의 틀 속에서 획일적으로 생산된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실존적 성찰 속에서 잉태되었음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는 점이다. 그의 텍스트가 놓인 지점이 공과 사를 버무린 제3의 공간에 있다는 점과도 상통할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자유의 의미를 가르쳐준 사부 복거일과 격렬히 대결한다. 일제와 친일세력에 대해 정황론을 들이대며 옹호하는 사부를 거침없이 밀어붙인다. 이 전투에서 그가 어떤 논리를 갖다 대더라고 그가 퇴직의 변으로 실토한 넋두리보다 더 설득력을 갖기 힘들 것이다. “점점 기력과 지력이 사그라드는 세월을 좀 더 자유롭게, 홀가분하게 살고 싶었다.” 식민 이상의 부자유스러움이 어디 있겠는가.
유난히 자주 나오는 ‘친밀도’에 대한 언급도 그의 사유방식을 가늠케한다. “내가 아직 순수하지 않고 기품과 거리가 있는 것은 내가 황인숙과 충분히 가까운 친구가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시인 황인숙에 대해)
“그와 나 사이에는 무수한 친구들이 있다. 그를 중심으로 한 ‘이너’라는 것이 있다면, 거기에 내 자리는 없기 쉬울 것이다. 내 자리는 아마 ‘이너’와 ‘아우터’의 경계에 있을 것이다.”(소설가 이인성에 대해) 그리고 덧붙였다. “이방인들이 들이 쉬는 공기는 자유의 공기이므로.” 그의 글의 특장인 인간과 사물을 바라보는 섬세한 태도의 근원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 이정도면 설명되지 않을까.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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