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국가미래연구원, 경제개혁연구소, 경제개혁연대가 주최한 ‘노동시장 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가 열려 이원덕 이수노동포럼 회장(오른쪽 넷째)이 발제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보수-진보 노동개혁 토론회 / 참석자들 토론
‘노동시장 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31일 열린 보수-진보 토론회에선 모두가 개혁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방법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보였다. 특히 토론자들은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노동자 사용기간 연장, 임금 유연화 등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견해를 달리했다.
진보 쪽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노동시장 개혁을 재벌 개혁과 함께 고려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은 의원은 “청년 일자리 부족은 대기업의 직접고용 축소, 대·중소기업간 격차 확대 등이 원인”이라며 “대기업이 제대로 세금을 내게 하고 고용할당제 등 직접고용 확대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와 골목상권 침탈 등을 규제하면 양질의 일자리가 살아날 수 있고 부족한 일자리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보수 쪽 토론자로 나선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노동 문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서 자주 만나 논의해야 하고, 노동계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도 기득권을 깨는 수고를 해야 한다”며 “노사정 대타협을 바탕으로 국회가 입법을 해서 이번 정기국회 안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보 쪽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현행 노사정위가 타협을 한다 해도 오히려 노동 시장이 악화할 것을 우려했다. 그는 “노사정 대화가 정부의 일방적이며 조급한 개혁추진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방향과 내용에서 진보-보수 차이가 있어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 쟁점별로도 진보와 보수의 견해차는 뚜렷했다.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보수 쪽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대기업 노동자는 나이 50대가 넘어가면서 임금이 생산성보다 높아 해고 불안으로 장시간 일하고, 중소기업은 임금이 낮아 장시간 일하는 구조여서 이에 대한 해법도 다르게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 쪽 이병훈 교수는 “연간 2000시간이 넘는 근로시간을 1600시간으로 줄이면 일자리는 많이 생길 수 있다”며 “대기업 노동자도 낮은 기본급 때문에 소득을 늘리려고 연장근로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사용기간 제한과 관련해선 보수 쪽 이완영 의원은 “기업들이 2년 사용기간을 악용해 1년치 퇴직금만 주고 해고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이를 없애기 위해 4년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재호 교수도 “현행 사용기간 2년은, 기업은 인재를 양성하기 어렵고 노동자는 회사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어서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다”며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4년으로 늘릴 필요가 있고 일본이나 중국도 4년의 기한을 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보 쪽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년을 넘어 4년을 고용하겠다고 한다면 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약속한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라고 맞섰다. 은수미 의원도 “노동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이 오래 일할수록 정규직 전환율은 떨어진다”며 “한번 비정규직 일자리로 못박히면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는 것으로 이로 인해 청년 고용도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피크제와 관련해서도 금재호 교수는 “정년 60살 법제화로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연공서열 등으로 유연성이 떨어졌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임금피크제는 해당 기업이 정년 등의 사정에 따라 판단할 일”이라며 “정부가 의무화를 통해 기업에 강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면 보수는 정규직 전환이 많을 것으로, 진보는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는 등 노동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방법에서는 서로 차이를 보였다”고 평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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