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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성·현대차 등 재벌 총수 일가 ‘사익편취’ 막으려면?

등록 2015-09-21 20:07수정 2017-02-08 11:18

‘한국의 재벌기업,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나’라는 이름의 보수·진보 합동토론회가 열린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참가자들이 ‘재벌의 사익 편취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한국의 재벌기업,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나’라는 이름의 보수·진보 합동토론회가 열린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참가자들이 ‘재벌의 사익 편취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차등의결권 줘 경영승계 보장” “세금없는 대물림 차단”
보수 이상승·진보 채이배 발제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문제에 대한 해법을 함께 찾아보자는 취지로 연 합동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총수일가 사익편취의 폐해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다. 하지만 해법에서는 진보가 현행 규제의 강화를 강조한 반면 보수는 차등의결권제 도입을 통한 경영권 승계 보장과 과세 강화라는 ‘당근과 채찍’을 제시하는 등 시각차를 보였다.

■ 사익편취 폐해 진보 쪽 발제자인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사익편취의 주된 동기는 재벌의 경영권 유지와 승계이며, 특히 세금없는 대물림을 가능하게 해서 조세형평성에 어긋나고 성실한 납세자에게 박탈감과 조세반감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보수 쪽 발제자인 서울대 이상승 교수(경제학)도 “사익편취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는 한국 자본주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도전은 지속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재벌 총수는 엄청난 이익을 얻고, 나머지 소수주주들은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라고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부자는 2001년 현대글로비스를 50억원에 설립한 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2014년까지 13년간 주가상승과 배당으로 총 9조6천억원의 이익을 얻었지만, (일감 몰아주기에 동원된) 4개사의 외부주주는 71조5천억원의 더 큰 이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현대차 등이 글로비스를 직접 설립하지 않고 총수일가 개인회사로 세운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상승 서울대 교수
이상승 서울대 교수
이상승 서울대 교수

“채찍만으로 부족 당근도 함께
과세 강화하되 경영권 보장을”

■ 규제 회피 채이배 연구위원은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회피 사례를 통해 현행 규제의 허점을 상세히 보여줬다. 채 연구위원은 “삼성물산(옛 제일모직)은 2013년 말 총수일가 지분이 45.6%, 내부거래비율이 43%였으나, 패션사업부를 인수해 내부거래 비율을 낮춘 뒤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단체급식사업(삼성웰스토리)의 분리와 건물관리사업 매각으로 내부거래비율을 더 낮췄다”면서 “올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까지 이뤄져 총수일가 지분은 30.4%, 내부거래비율은 16.9%로 낮췄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이를 통해 영업이익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대상에서 빠졌으며, 공정거래법 규제도 총수일가 지분을 0.4%만 낮추면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채 연구위원은 또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정몽구 회장 부자가 2001년 5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뒤 일감 몰아주기로 2015년 9월10일 현재 시가총액 7조3875억원의 회사가 됐다”면서 “설립 당시 내부거래 비율이 90%를 넘었으나 지난해말 24%로 낮춰 증여세 부과에서 빠졌고, 올해 2월 총수일가 지분도 29.99%로 낮춰 공정위 규제까지 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비율은 국외 계열사와의 거래까지 합치면 68%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삼성물산·현대차 세금 안내려고
규제 허점 악용해 법망 빠져나가”

■ 사익편취 해법 이상승 교수는 “재벌이 현행 상속세법대로 세금(최고세율 50%)을 내면 경영권 승계가 어렵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것”이라며 “증여세 강화나 공정거래법 규제 등의 채찍만으로는 부족하고, 총수일가의 경제적 권리(배당권)에 대한 세금은 제대로 물리되, 차등의결권을 도입해 경영권 승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구글은 2004년 상장 때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1주1표의 보통주를 발행하고, 기존 경영진은 1인10표의 차등의결권주를 보유했다”고 말했다.

반면 채이배 연구위원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와 관련해 영업이익에서 증여이익을 계산할 때 실효세율을 높이고, 합병으로 내부거래 비율을 낮춰서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부거래 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국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도 규제할 것을 주장했다. 공정거래법 규제와 관련해서는 규제대상 상장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요건을 30%에서 20%로 낮추고, 규제 예외요건(효율성·보안성·긴급성)도 줄일 것을 제안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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