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위평량·보수 전성훈 발제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는 27일 합동토론회에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따른 경제력 남용의 심각성과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정책 대안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특히 진보는 경제력 집중 개선을 위한 사전적인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보수는 사후적인 행위규제를 강조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시장지배 사업자 추정기준 낮추고
순환출자·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진보 쪽 발제자인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제력 남용의 폐해를 막으려면 재벌에 대한 사후적 행위규제만으로는 불가능하고 경제력 집중 자체를 억제하는 사전적 구조개선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현행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추정기준’이 ‘1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독일처럼 각각 40%, 50%로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영연방국가들울 중심으로 시행 중인 ‘의무공개매수제도’의 도입도 제안했다. 이 제도는 기업 지배를 위해 25% 이상의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 최소 ‘50%+1주’를 의무적으로 취득하도록 한다. 이어 기존 순환출자의 5년 내 해소,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 의무보유 한도를 현행 20%(비상장 40%)에서 5년내 60%(80%)로 강화, 친족그룹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확대를 제안했다.
위 연구위원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에서 기업구조개선을 위한 상법개정(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집중투표제 도입 등)과, 공정거래법 상 재벌 계열 금융사의 의결권 제한,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관련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덧붙여 총수일가의 지분확대 수단으로 악용되는 ‘자사주 제도’의 개선과 삼성물산 합병에서 논란이 된 재벌 계열사간 합병비율 산정방법 개선,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사익편취(부당이익) 제공 금지의 실효성 강화도 주장했다.
위 연구위원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방안으로는 중소기업의 공동행위에 대한 예외 인정, 대-중소기업 간 이익공유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강화 등을 제시했다.
전성훈 서강대 교수
“경제력 남용 등 억제 필요하지만
재벌 소유지배 규제는 최소화해야”
보수 쪽 발제자인 전성훈 서강대 교수는 “경제력 남용 방지를 위해 전통적인 시장경쟁 촉진 영역과 재벌-중소기업 간 상생을 다루는 기업생태계 건전화 영역에 대한 공정위 규제체제를 모두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재벌의 경제력 남용과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폐해에 대한 엄정한 규제를 강조했다. 하지만 거래비용 절감을 위한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합리적 기업조직 선택을 제한하지 않도록 신중한 법집행을 강조해 내부거래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진보와 차이를 보였다. 또 재벌 소유지배구조 규제에 대해서도 “사전적 규제가 안고 있는 불확실성과 위험을 고려해 사회적 동의가 이뤄지는 최소범위에서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 교수는 이어 재벌의 국내투자, 고용, 상생촉진 등의 공익증진에 현저한 기여가 담보되는 경우 일부 사전적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재량권을 정부에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구체적 사례로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 의무보유 한도 완화를 들어 위평량 연구위원과 대조를 이뤘다.
전 교수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과 관련해서는 “자발적 상생협력은 촉진하고, 블합리한 경쟁제한적 규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상생 노력을 평가하기 위한 ‘동반성장지수’ 산정에 재벌들이 반대하는 것과 관련해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 고취, 대기업의 협력 및 지원 현황, 중소기업의 체감 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벌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침해를 막기 위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이미 부작용 때문에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와 차이가 없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순환출자·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재벌 소유지배 규제는 최소화해야”
전성훈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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