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2라인 전경. 삼성뉴스룸 갈무리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용한 전기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이 3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하는 ‘아르이(RE)100’ 목표를 달성하기까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글로벌 전체 전력소비량 약 2만8100GWh(기가와트시) 가운데 재생에너지 8704GWh를 사용해 재생에너지 사용비중 31%를 달성했다고 3일 밝혔다.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2019년 3220GWh(사용비중 15.2%)에서 2020년 4030GWh(17.6%), 2021년 5278GWh(20.5%)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반도체 제조업은 많은 전력을 사용하면서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만 TSMC는 2020년 아르이100에 가입했다.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들 보다 늦은 지난해 9월 가입했다. 삼성전자는 가전과 반도체 공장을 운영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인데,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게 가입 지연 이유로 꼽힌다.
이에 삼성전자는 아르이100 가입 당시 우선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수급이 용이한 국외사업장을 중심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2050년까지 국내 생산시설을 포함해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한다는 투트랙 이행 전략을 내세웠다.
스마트폰 제조 경쟁사인 애플의 경우 2019년에 이미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달성했다. 삼성전자와 달리 스마트폰 부품 제조 및 조립 공정을 협력사에 위탁한 게 조기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 애플의 2019년 전력 사용량은 2782GWh로 당시 삼성전자 사용량 10분의 1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애플은 부품을 공급하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협력사 등에 2030년까지 재생 전력을 사용하는 약속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 반도체 생산시설이 집중될 경우 삼성전자의 아르이100 달성 시기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글로벌 규제로 새로운 무역장벽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도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피스는 지난 4월 “삼성전자, 에스케이하이닉스 등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빅테크 기업들은 많은 전력을 사용하면서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고 있으나, 가까운 미래에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환경 난제는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제도와 물리적인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길 위에 수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책임의 무게를 감당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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