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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홍콩 민주단체 ‘줄해산’ 멈추지 않는 중국의 공세

등록 2021-08-22 18:36수정 2021-10-26 17:06

[오마이홍콩①]
송환법 반대에 동참 등 이유로
극심한 압박 받아오던 교사노조
설립 48년만에 해산하기로 결정
조직 와해된 민간인권전선도

“해산했다고 끝난 것 아니야”
경찰 등은 탄압 계속할 뜻 밝혀

① 연이어 마침표 찍는 민주파
① 연이어 마침표 찍는 민주파

[오마이 홍콩] 홍콩에서는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1년 만에 '일국양제'가 허물어지고 정치적 자유가 사라졌다. 지난 6월 ‘반중국 친민주’ 언론 <핑궈(빈과)일보>(이하 핑궈일보) 폐간 사태 이후에도 민주주의 성향 단체나 인물에 대한 탄압이 그치지 않고 있다. <핑궈일보> 퇴직 기자 천줴밍이 급변하는 홍콩 사회의 현주소와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시민사회의 깊은 고뇌를 담은 기사를 <한겨레>에 연재한다.

지난해 고속정을 타고 대만으로 망명하려다가 중국 해안경비대에 체포된 인물 12명 중 1명이 재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를 타고 지난 19일 고등법원에 도착한 가운데, 홍콩 무장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고속정을 타고 대만으로 망명하려다가 중국 해안경비대에 체포된 인물 12명 중 1명이 재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를 타고 지난 19일 고등법원에 도착한 가운데, 홍콩 무장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최대 노동조합인 ‘홍콩직업교사노조’(홍콩교육전업인원협회·PTU)의 48년 역사가 지난 10일 갑자기 중단됐다. 교사노조는 최근 극심한 압박에 시달려온 정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조직을 해산하고 즉각 관련 절차를 밟기로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회원 수 9만5000명으로, 민주 진영에 속하는 교사노조의 해산은 지난 6월 말 자진 폐간한 <핑궈일보>에 이어 규모와 영향력을 갖춘 홍콩의 또 하나의 민주파 조직이 마침표를 찍는다는 의미가 있다.

중국공산당과 홍콩특별구 당국의 민주파 청산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영향력과 규모가 큰 민주 진영 조직이 다음 목표물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고, 실제 지난 15일 매년 홍콩주권 반환의 날(7월1일)에 대규모 행진을 벌여온 민간인권전선(CHRF)이 해산을 결정했다. 1990년대 세워진 ‘홍콩직공회연맹’(HKCTU)과 1989년 천안문(톈안먼) 사건 당시 베이징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꾸려진 ‘애국민주운동 지원 홍콩시민연합’(지련회) 등도 청산 대상이 될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교사노조는 2011년 세상을 떠난 홍콩 민주화 원로 스투화 선생이 1973년 설립했다. 교사노조는 정부를 상대로 교사 노동권을 위해 투쟁했고 교육계의 발전을 촉진했다. 또 홍콩 입법회(국회)의 교육계 직능 선거에 참여하는 등 정치 활동에도 직접 참여했고, 지난 몇 년 동안 70% 이상 압도적인 표를 얻어 친중국 진영 후보를 물리쳤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난해 홍콩 입법회 선거를 연기하고 선거 제도를 대폭 바꾸면서 그해 11월 교사노조 대표를 포함해 홍콩 입법회 민주파 의원들이 집단 사퇴했다. 교사노조는 한발 더 나아가, 오는 9월 예정된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지난 5월 밝힌 바 있다. 또 올해 12월로 예정된 입법회 선거도 교사노조의 해산과 홍콩 정부의 자격 심사 등 때문에 민주파는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민주파가 차지하던 의석을 친중파가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의 대다수 교사들의 지지를 받는 교사노조가 홍콩 시민사회에 갑자기 작별을 고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중국공산당의 ‘공격’과 관련이 크다. 지난달 3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인민일보>는 “홍콩 교육의 근본을 개혁하려면 교사노조라는 암을 박멸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 기사를 실었고, “교사노조가 영락없는 ‘정치 조직’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홍콩 특구 교육국은 교사노조의 최근 발언과 행동이 교육 전문 단체로서의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고, 교사들이 2019년 ‘송환법 반대’ 운동에 참여하는 것도 막지 않았다며, 교사노조와의 관계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은 공개적으로 “최근 교사노조가 어떤 일을 했는지, 특히 송환법 운동 기간과 그 이후, 교사노조가 기존 입장을 더욱 강화하고 정치적 입장을 교사노조 업무에 앞세움으로써 이런 정치 문제, 나아가 반정부·반중앙 정서를 학교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며 교육국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친중 진영은 교사노조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전을 시작했고, 홍콩경찰청장인 레이먼드 시우는 <봉황위성티브이(TV)>와 인터뷰에서 “넘어가지 않고 반드시 조사할 것”이라며 끝까지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사노조의 혐의는 ‘반중란항’(중국에 반대해 홍콩을 혼란케 한다) 등 정치적 죄목에 속하는 것으로, 외부에서 제기한 혐의는 교사노조의 입장과 다르다. 또 교사노조가 홍콩 독립을 지지했다는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교사노조는 이미 분명히 해명한 바 있고, 구체적인 위법 혐의는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일련의 탄압 속에서 교사노조는 해산을 결정하기 전 1주일 동안 중국 당국에 잘 보이기 위해 교육과 권익에 초점을 맞춘 사업, 예컨대 과거 제작한 교재를 사이트에서 내리고 직장연맹에서 탈퇴하고 중국 역사문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행동을 했다. 하지만 베이징은 꿈쩍도 하지 않고 이른 시일 내에 교사노조를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 관영매체는 “해산했다고 다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사노조 조직과 구성원들을 끝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민주파 거대 조직인 홍콩직공회연맹도 송환법 반대 운동 기간 중 시민을 움직여 파업하게 하고 새로운 노동조합 설립에 대해 협조하는 등의 혐의로 홍콩 정부의 타깃이 됐고, 홍콩 경찰국가안전처 요원들이 조사를 시작했다고 홍콩의 친중 매체가 보도했다. 홍콩직공회연맹 산하에 80개 가까운 단체가 있고 회원 수가 13만여 명에 달하지만 최근 일부 산하 단체들이 잇달아 탈퇴하고 있다. 홍콩직공회연맹은 당장 해산할 계획이 없지만 중국은 홍콩 민주파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을 완전히 와해시켜야 홍콩에 대한 중국의 통치권을 확고히 하고 홍콩 사회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19년 역사의 민간인권전선은 여러 단체가 탈퇴하면서 현재 10개 미만의 단체만 남아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 대회를 열어 해산 여부를 논의한 뒤, 15일 참석 단체 만장일치로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민간인권전선은 보유 자산을 위탁단체 등 적절한 곳에 넘길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성명에서 “우리는 지난 19년간 홍콩 시민들과 어깨를 걸고, 50만명, 100만명, 200만명이 행진하는 시위를 함께 했다”며 “우리는 온 도시에, 사람들의 마음에 민주·자유를 심어줬지만, 부간사인 피고 찬이 감옥에 갇혔고 사무국도 운영할 수 없게 됐다. 당국의 탄압에 해산을 선언하지만 ‘사람이 있으면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민간인권전선이 해산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민간인권전선에 대한 조사를 잇달아 요구하고 있고, 홍콩 경찰도 민간인권전선이 홍콩보안법에 저촉되는지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위기에 처한 또 다른 조직인 지련회도 금방 해산하지는 않겠지만 조직 내 핵심 간부 수가 대폭 줄어 거의 ‘빈 껍데기’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홍콩의 다른 비정부 조직의 해산을 가속하고 시민사회의 힘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핑궈일보 퇴직기자 천줴밍
핑궈일보 퇴직기자 천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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