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대만 타이베이 시내에 버스 안에서 식사를 하는 레스토랑 버스가 서 있다. 최현준 특파원
중국이 최근 78개 국가를 추가하며 전 세계 138개 국에 대해 자국민 단체여행을 허용했지만, 대만은 포함하지 않았다. 양안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자국민 단체여행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일 한국·미국·일본·튀르키예·독일·영국 등 78개국에 대해 중국인 단체 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3월 단체여행을 허용한 60개국을 합하면, 중국인들은 총 138개국에 단체 해외 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 여행을 갈만한 국가가 대부분 포함됐다.
미국·일본 등 중국과 치열한 갈등을 빚는 국가 등이 단체여행 허용국에 들어갔지만 대만이 빠진 것을 놓고, 대만 정부는 유감을 표시했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지난 10일 “대등한 관광 개방 요구를 중국이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유독 대만행 단체여행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놓고 몇 가지 분석이 나온다. 왕신셴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소장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우선 양안 관계가 좋지 않은 게 첫째 원인”이라며 “또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 내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친미반중’ 성향인 대만 차이잉원 정부는 최근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확실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대만 자영업자 등이 중국인 단체 여행을 간절히 바라는 가운데, 중국이 단체 여행 카드를 활용해 대만 내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가 확산하길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도 현재 자국민의 중국행 단체 여행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 성격도 담겨 있다. 양국은 현재 상대가 먼저 단체 여행을 허용하면 나도 허용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설령 대만에 대한 단체 관광을 허용하더라도, 다른 국가들과 함께 발표하지 않고 대만만 따로 떼어 발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대만을 독립 국가가 아닌 중국 국토의 일부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민의 해외 단체 여행을 상대국에 대한 정치·외교적 보복 수단으로 종종 활용해 왔다.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이후 중국은 한국에 대한 단체 여행을 사실상 중단시켰고, 대만에 대해서도 2016년 반중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한 뒤 대만에 대한 단체 여행을 축소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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