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변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편집국에서] 정유경 | 디지털뉴스부장
민심이 심상치 않다. 모처럼 언론들이 보혁을 막론하고 입을 모은다. 기대가 컸던 것도 아니다. 후보 시절부터 “좋은 사람 잘 선발해서 위임할 것이다. 대통령이 전 분야에 대한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 않나”라던 윤석열 대통령이다. 굳이 “대통령은 처음”이라고 고백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문제는 사람을 보는 눈도, 위기를 관리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자부했던 윤석열식 ‘공정’도 보여주지 못했다. 청와대는 물론, 금융감독원과 국가정보원까지 검찰 출신으로 요직을 채웠다. 윤 대통령과 8촌 사이라는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등 친인척 채용 논란이 이는 가운데, 4촌 이내 친인척 채용을 금지하고 8촌 이내 친인척 채용 때에는 신고하도록 한 ‘공무원 행동강령’은 공교롭게도 이번 정부 들어 삭제됐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싸고 수시로 터지는 민간인 동행 논란마저 감싸고도는 대통령은 공과 사를 구분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유류세 인하로는 꿈쩍 않는 물가에 심상찮은 국제 정세까지 생각하면서, 내각 꾸림새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는 국민이 많다.
이 와중에 떨어지는 지지율에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독단적인 태도가 화를 키운다. 화가 난 건 국민인데, 국민들에게 화를 내기까지 한다. 음주운전에 성희롱 전력이 있는 후보들을 데려다 놓고선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며 전국민이 보는 카메라 앞에서 말을 자르고, 표정을 굳히며 손가락질했다. 끝내 사퇴한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그리고 임명된 박순애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관련해 “인사 실패 지적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버럭’했던 장면이다.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은 코로나 재유행 우려를 들어 11일 중단됐다.
지난 총선 이후 정치부를 떠나 디지털뉴스부장으로 온라인 동향을 살핀다. ‘데드크로스’ 여론조사를 굳이 뜯어보지 않아도,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편드는 지지층의 목소리가 언론 기사에서도 댓글창에서도 부쩍 사라졌다. “심각한 위기신호”(동아일보), “국민을 이기려는 오만”(경향신문) 등 지적이 이어졌다.
불안함을 불러일으키는 국정운영 콘텐츠는 부실한 이미지 관리를 만나 증폭된다. 윤 대통령의 기본 이미지는 애주가, 애처가에 머무르고 있다. ‘김건희 여사 ‘레이저 눈빛’? 이준석이 밝힌 그날의 진실’(조선일보 5월19일), ‘MZ 공무원 만난 윤 대통령 “건배사는 별로…술 마실 시간 줄잖아”’(한겨레 5월26일), ‘월드컵 영웅들 만난 윤 대통령…독일전 지고 열 받아 술 먹어’(한국경제 6월2일).
사생활과 기호를 떠나 업무 수행과 관련해 불안감을 자아낸다는 점이 문제다. 집무실 이전과 인사 불통에서 엿보인 ‘독단’의 이미지가 ‘무능’과 ‘위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치명적이다. 모르면 알려 하고, 부족한 점은 채우려는 의지를 찾기 어려워서다. “일이 많을 땐 주 120시간도 일할 수 있어야 한다”더니 취임 3일 만에 출근시간이 점점 늦어졌다. 러시아·중국과 미국·유럽 간 긴장이 높아져가는 가운데 나토 정상회의로 향하는 비행기에선 ‘유럽 축구를 봤다’고 했다. 외국 호텔에서 백지 자료를 넘기거나 텅 빈 모니터를 응시하는 사진은 “쇼를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실소를 불러왔다. “보안 때문이었다”는 해명은 뒤늦었다. 우스개 영상도 만들어졌다. 참모들을 불러 앉힌 윤 대통령이 회의를 하는 모습엔, 다음과 같은 가짜 자막이 붙었다. “일단 딱 도착하면 소주부터 사 놓자고. 맥주는 한국 거, 스페인 거 골고루 사고 어차피 소맥으로 섞어버리면 맛은 똑같으니까.”
지지율 하락과 경제침체 신호에 긴장한 윤 대통령이 장관들을 불러 일대일 압박면접성 보고를 받기로 했다는 기사에도 냉소적인 반응이 이어진다. 그나마 조심스러운 한 이는 이렇게 적었다. “압박면접을 하려면 발표자보다 면접관이 그 분야를 잘 알아야 효과적 질문이 가능한데 지금 인물 구성으로 가능한가? 장관들도 전문성보다 검찰 출신과 인맥 중심으로 뽑아놓고서….” 국민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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