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의 개표가 진행된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 한반도전략연구원(옛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개표 요원들이 후보자별로 표를 분류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경선 표 분석해보니
모바일 빼고 현장·여론조사서 앞서
압수수색 위기뒤 정후보 지지표 결집
손 ‘한나라 전력’·이 ‘친노’ 극복못해
모바일 빼고 현장·여론조사서 앞서
압수수색 위기뒤 정후보 지지표 결집
손 ‘한나라 전력’·이 ‘친노’ 극복못해
대통합민주신당 국민경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승리한 것은, 한마디로 ‘반한나라당’ 성향의 통합신당 핵심 지지층의 표를 끌어모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장투표에서의 압승과 여론조사에서의 우위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정 후보는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신당 핵심 지지층을 직접 현장투표로 끌어들였고, 일반 국민 중 신당 지지층과 무당파층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손학규 후보를 눌렀다. 반면, 손학규 후보는 수도권 30, 40대의 참여가 두드러진 모바일 투표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였다.
이번 경선에 참여한 통합신당 핵심 지지층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동영 후보 이외에 별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후보의 경우 한나라당 탈당 전력이, 이해찬 후보는 이른바 ‘친노’ 성향이 표의 걸림돌로 작용했음 직하다. 정 후보의 승리는 결국 신당 지지자들의 ‘차선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 현장투표가 대세 갈라=최종 개표 결과, 투표인 수가 1만명이 넘는 서울·부산·광주·충북·전북·전남·경남까지 7곳에서 정 후보가 승리했다. 여기에 정 후보는 제주와 울산까지 더해, 16개 권역 가운데 9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그의 연고지인 전북 지역은 정 후보에게 80%가 넘는 몰표를 안겨줬다. 전북은 서울보다 4천여명 많은 4만6917명의 선거인단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정 후보는 이 지역에서 3만8078표를 얻었다. 정 후보 전체 득표의 28.63%다. 캠프 사무실이 압수수색 당할 뻔한 위기 상황에 처하면서, 지지 표의 결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광주·전남 경선에서 50%에 가까운 득표로 대세론에 시동을 걸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현장투표에서 호남이 일단 정동영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충북 경선에서 52.72%의 압도적인 지지로 독주 채비를 갖춘 정 후보는 동원경선 논란에 휘말리고 대통령 명의도용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역 순회 경선이 14일 일괄 경선 방식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대세론’을 흔들림없이 이어갔다.
손학규 후보는 16개 권역 중에서 경기·인천·경북 지역 3곳에서만 1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출신지이면서 지사까지 지낸 경기도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정 후보와 차이는 불과 500여표에 불과했다. 현장투표가 조직 동원 양상으로 흐르면서 손 후보에게는 표가 나올 곳이 없었던 셈이다. 경선 초반 손 후보가 정 후보에게 밀리고 경선 일정을 거부하면서 손 후보 지역 조직이 상당 부분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후보는 대전·충남·대구·강원 네 곳에서 1위를 했지만, 전체 투표인 수가 워낙 적은 곳이라 다른 지역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7%에 그친 광주·전남 득표율은 이 후보 쪽에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 후보가 호남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호남의 ‘비노 정서’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세 후보 중 이른바 정통성 면에서 가장 앞선다는 이 후보가 광주에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실상 이 후보의 동력은 상실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 손학규, 모바일에서 선전=손학규 후보는 3차 휴대전화 투표에서도 4만1023표를 얻어, 3만5846표를 기록한 정 후보를 5천여표 앞섰다. 1∼3차 휴대전화 투표에서 7천여표를 앞섰지만 정 후보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휴대전화 투표에서 손 후보가 앞선 것은, 동원 경선 시비를 부른 정 후보에 대한 거부 정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모바일 투표에 상대적으로 수도권 지역 유권자들이 많이 참여한 것도 손 후보가 선전한 이유로 분석된다. ‘정동영 독주 체제’로 무미건조하게 진행되던 경선은 손 후보가 선전하면서 활기를 띠고, 막판 흥행에 성공했다.
이해찬 후보는 휴대전화 투표가 진행될수록 점점 패색이 짙어졌다. 애초 휴대전화 투표는 한명숙 후보가 경선규칙 협상 과정에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유시민 후보가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휴대전화 선거인단 모집에 발벗고 나서며 가장 공을 들였던 부분이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30%를 얻어 근소한 3위를 했던 이 후보는 2차 투표에서 27%를 얻는 데 그쳤고, 3차 투표에서는 그보다 낮은 23.56%였다. 손 후보가 휴대전화 투표에서 승리를 거두며 경선이 양강구도로 재편되면서 갈 곳 잃은 이 후보 지지자들이 상당 부분 지지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 여론조사, 정동영 대세론 반영=이번 여론조사는 통합신당 지지층과 무당파층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여론조사 모집단에는 ‘반한나라당’ 정서가 깔려 있는 셈이다. 정동영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큰 차이로 손학규 후보를 따돌린 것은 ‘반한나라당’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가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통합신당에 합류한 손 후보가 ‘집토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손 후보가 막판까지 반영 비율을 높이자고 주장했던 여론조사는, 오히려 정 후보의 승리를 도왔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지역별 선거인단 득표
휴대전화/ 여론 조사 득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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