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왼쪽)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상천 공동대표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민주 최고위 “선의 피해자 대책 강구” 구제책 여지 남겨
박지원·김홍업·이용희·안상수·안희정·신계륜·김민석·신건·이호웅·이정일 ‘공천 배제’
박지원·김홍업·이용희·안상수·안희정·신계륜·김민석·신건·이호웅·이정일 ‘공천 배제’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위원장 박재승)가 5일 금고형 이상 전력자의 공천 배제 기준을 확정한 데 이어 당 최고위원회의가 이를 추인함으로써, 주요 정치인 11명이 심사도 받지 못한 채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일부 당사자의 탈당 등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공심위가 이날 확정한 기준을 보면, 혐의의 종류를 불문하고 금고형 이상이 확정됐던 사람은 모두 공천에서 배제된다. ‘개인비리’로 분류돼 있는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홍업 전 의원, 이용희 국회 부의장은 물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노무현 대통령 측근 안희정씨, 신계륜 사무총장, 김민석 전 의원 등이 공천 심사의 문턱에서 발길을 돌려야 할 처지가 됐다.
앞으로 공심위의 개별심사가 진행되면 이 기준에 걸려 낙마하는 탈락자가 더 나올 수도 있다. 다만, 재판에 계류 중인 배기선 의원과 김춘진 의원은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의해 이번 기준의 적용 대상에서는 일단 빠졌다.
4일부터 시작해 5일까지 계속된 공심위와 최고위의 팽팽한 대치 국면은 조금 싱겁게 끝이 났다. 박재승 위원장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공심위 전체회의를 소집하고는 “공천심사 기준이 찬성 7, 반대 4, 기권 1로 가결됐다”고 확정했다. 민주당의 당헌·당규상 공천 심사의 기준에 관련된 사항은 공심위 내부 의결 사항으로 돼 있고, 최고위를 포함해 당의 다른 기구가 공식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규정을 들어 ‘재론’의 여지를 차단해버린 것이다.
막다른 처지에 몰린 최고위는 이날 밤 구수회의 끝에 공심위 결정을 사실상 추인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공심위가 국민의 변화 열망을 반영하기 위해 내규를 정한 것에 대해 그 자체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규 결정이 공심위 고유 권한임을 인정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헌·당규상 공심위 결정을 뒤집을 규정이 없는 만큼 최고위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로써 이틀에 걸친 대치전이 결국 공심위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최고위가 자신들의 ‘선별구제’ 방침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유감의 뜻을 밝히고,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당과 공심위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선별구제’가 가능할지도 관심이다. 당내에서는 최고위가 또다시 ‘케이스 바이 케이스’를 거론하기에는 명분이나 권한이 마땅치 않아 ‘선별구제’는 ‘말대접’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반발 강도와 일부 ‘희생자’들에 대한 여론 동향에 따라선 최고위가 이 문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고위가 공심위 결정을 일단 추인함으로써 공천심사 일정은 다시 탄력이 붙게 됐다. 4·9 총선까지 한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아직 1차 심사 결과도 발표하지 못한 처지다. 박경철 공심위 간사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6일까지 1차 심사 결과를 만들 생각”이라고 말해, 이르면 6일 단수공천 지역과 경합지역 중 유력 후보자를 확정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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