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7일 경북 성주군 골프장에 기습적으로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 성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대 난제는 안보 분야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 대통령 취임 초기와 비교하면, 안보 상황이 불안하다며 대북 제재 강화와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여론이 크게 늘었다. 문 대통령이 천명한 ‘대화와 압박 병행 노선’이 설 자리가 좁아지면서 ‘취임 이후 가장 잘못한 일’로 가장 많이 꼽힌 분야도 안보였다. 북한이 지난 7월에만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을 시험발사하고, 최근 미국과 북한이 강도 높은 ‘군사적 대응’을 협박하며 말폭탄을 주고받으면서 안보 불안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49.8%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44.5%)에 비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두 응답은 오차범위 이내다. 하지만 ‘대화·협력’ 응답이 62.6%, ‘대북 제재’ 응답이 33.7%였던 지난 5월 <한겨레> 창간 여론조사(5월12~13일)와 견주면, 분위기가 급변했음을 알 수 있다. 북한과 대화와 협력을 해야 한다고 여겼던 이들 상당수가 대북 제재 강화에 공감하는 쪽으로 이동하면서 ‘제재 강화’ 응답은 16%포인트나 늘었다. 연령별로는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이,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지지층을 제외한 응답층에서 대북 제재 강화 의견이 우세했다.
석 달 사이에 이렇게 여론이 변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가 불안정해진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의 응답자 73.5%는 우리나라 안보 상황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했다. 보수성향층의 안보불안감은 84.8%로 상대적으로 더 높았는데 보수성향층 40%는 “매우 불안하다”고 답해, 불안감의 강도가 더 센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변화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논란이 돼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여론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이번 조사에서는 ‘사드 배치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60.8%로, 5월 <한겨레> 조사(39.9%)에 견줘 20.9%포인트 늘었다. 반면 “사드 배치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응답층은 56.1%(5월 조사)에서 33.0%로 조사돼 23.1%포인트 줄었다. 5월 조사 당시, 사드 찬성 응답자만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었을 때 “안보 차원”이라고 답한 응답이 67%였던 데에 비춰 보면, 사드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막을 수 있느냐는 무기의 효용성과는 별개로, 안보 상황이 불안해졌으므로 일단 배치하고 보자는 쪽으로 여론이 기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 지지층,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사드 배치 결정 수용’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된 점이 눈에 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답한 응답자의 절반(50.7%),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절반(50.0%)이 “사드 배치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조사에서 각각의 응답층 가운데 43.6%, 42.2%는 ‘사드 배치 재검토’라고 답했다. 연령대로 보면, 19살을 포함한 20대만이 사드 배치 ‘수용’과 ‘재검토’ 의견이 각각 45.6% 대 46.3%로 팽팽했고,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사드 배치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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