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애도와 민주주의의 길 걷기' 참가자들이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민의힘이 인터넷 매체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의 배후로 더불어민주당을 지목하며 맹폭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 등이 유족 동의를 전제로 희생자 명단 공개를 주장했던 민주당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명단 공개에 앞장섰다”며 “결국 친민주당 매체에서 유족의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 국민의 인권 보호에 앞장서야 할 공당으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적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명단) 발표에 관여한 분들이 친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많고 민주당에 몸담은 분도 있고 있으므로 암묵적으로도 (민주당이) 명단 공개에 동의한 거 아닌가 생각한다”며 “악의적으로 정략적 목적으로 명단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 9일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5일 뒤인 지난 14일엔 <시민언론 민들레>와 <더탐사>가 공동으로 희생자 155명의 이름을 공개했다. <시민언론 민들레>에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칼럼진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더탐사>는 김의겸 민주당 의원과 협업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 언론의 희생자 명단 공개의 배후에 민주당이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한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희생자 명단) 유출 경로에서 불법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언론사) 그들이 훔친 게 아니라면 누군가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공세에 가세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채 명단을 공개한 것이 문제”라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판이 커지자 민주당 안에서는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인터넷 매체의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와는 선을 그었다. 민주당 다선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대표가 유가족 동의를 전제로 명단 공개를 강하게 요구한 데 이어 유가족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명단이 공개돼 당도 어려운 입장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은 “(명단 공개는) 철저하게 유가족이 원하는 방식이어야 하는 거지 일률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여당이 이 대표 흠집을 내며 이것을 정쟁으로 몰고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유족 동의를 전제로 희생자 실명을 공개하는 온라인 추모 공간을 만들자는 주장도 나왔다. 안민석·도종환·이학영·홍익표 등 민주당 의원 20명은 ‘10·29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촉구 의원모임’을 발족하고 국회 본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연좌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참사 희생자 온라인 기억관’ 개설을 준비하겠다. 희생자 정보는 각 유가족 뜻에 따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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