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 조사(10일)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에 대한 정치적 탄압에 맞서는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총력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근 사법 리스크 부각 속 북한 무인기의 수도권 영공 침범 등 현안에 대한 이 대표의 발언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당내에선 이 대표의 검찰 수사와 당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8일 이 대표가 10일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할 때 당 지도부가 함께 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는 아마 (이 대표의 검찰 출석 현장에 함께) 갈 것”이라며 “상식적 수준에서 이 대표가 (입장 표명 없이) 그냥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 현장에 지지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대표가 직접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 당 지도부가 동행해 힘을 실어주겠다는 차원이다.
이 대표는 검찰 출석을 앞두고 주말인 7~8일 공식 일정을 비우고 변호인단과 함께 검찰 예상 질문 등을 추리는 등 대비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성남에프시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2년 전 경찰이 수사 결과 무혐의 결론을 냈다는 점 등을 들어 무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쪽은 검찰 출석 이후 본격적인 ‘되치기’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검찰 출석 다음날인 11일 곧장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경청투어’를 열고, 이르면 12일 신년 기자회견 열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그동안 수세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결국 정부 여당을 비판하고 견제할 부분은 민생에 있다고 보고, 민생 대책을 더 주도하는 방식으로 기조를 가져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안에선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이 대표의 이런 반격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이 대표가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사태와 관련해 최근 “유례없는 안보 참사”라고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지만, 대통령실은 이런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한 다선 의원은 <한겨레>에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정치적·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최소한의 말도 안 하면서, 회의 석상에서 윤석열 정부만 때리니 (이 대표의) 말 자체에 힘이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윤 대통령에게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라는 정치개혁 의제를 빼앗기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 등 핵심 법안들을 공세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또다른 다선 의원은 “이 대표가 대선 구호로까지 내세웠던 ‘이재명은 합니다’는 식의 이 대표의 추진력마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당 안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아 오기 위해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부터 당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비이재명계 한 의원은 이 대표의 리더십 누수를 언급하며 “당이 더 늪에 빠지게 되면, 이 대표가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가 없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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