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위성준비동에서 연구진이 성능검증위성을 누리호에 탑재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해 10월 미완으로 끝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15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될 예정이다. 2차 발사체는 1차 때와 견줘, 구조 변경과 부품 보강 등으로 무게가 9㎏ 정도 늘었고, 실제 작동하는 인공위성을 싣고 비행하게 된다. 다만, 날씨가 변수다.
12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2차 발사 때는 지난해 10월21일 누리호가 ‘비정상비행’을 한 원인을 보강했다. 누리호의 목적은 1.5t 위성을 저궤도(600∼800㎞)에 투입할 수 있는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누리호 1차 발사 때 성공 목표는 위성을 700㎞ 고도에 초속 7.5㎞의 속도로 올려놓는 것이었다.
하지만 누리호는 1단 분리와 페어링 분리, 2단 분리까지는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3단에 있는 7t급 엔진이 목표인 521초 동안 연소하지 못하고, 46초 부족한 475초에 종료됐다. 이 바람에 위성 속도가 초속 6.8㎞밖에 나지 않아 낙하하고 말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누리호발사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모두 2600여개의 텔레메트리(원격자료전송장비)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한 결과, 누리호 비행 중 진동과 부력으로 인해 헬륨탱크에 가해지는 액체산소의 부력이 상승하는 바람에 하부 고정장치가 풀려 헬륨탱크가 이탈한 것이 일차 원인으로 추정됐다. 이 이탈된 헬륨탱크가 계속 움직이며 탱크 배관을 변형시켜 헬륨이 누설되고, 또 산화제탱크 상단과 부딪혀 균열이 생기면서 산화제도 누설돼 3단 엔진에 주입되는 산화제 양이 줄어들면서 엔진이 일찍 꺼졌다는 것이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본부장은 “상황을 분석하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하고 영상도 없는 상태에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데이터 분석과 상상력을 동원해 파악한 원인 분석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지상에서 재현하는 실험을 했다. 극저온헬륨탱크를 액체질소에 담가 이탈하는 상황을 재구성한 결과 매우 낮은 부력에서도 이탈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항우연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헬륨탱크 하부지지부의 고정장치가 강화되도록 설계를 바꿔 보완하고 맨홀덮개 두께를 늘리는 등 보강 작업을 지난 4월 완료했다. 장영순 발사체체계개발부장은 “구조 변경과 부품 보강으로 9㎏ 정도의 무게가 늘어났지만 발사체 설계 때 설정해 놓은 성능 마진을 초과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누리호 2차 발사가 1차 발사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위성모사체뿐만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인공위성을 싣고 비행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대학에서 제작한 큐브위성 4개가 탑재된다.
누리호 1차 때는 1.5t의 위성모사체만을 싣고 발사됐다. 이번에는 위성모사체와 함께 168㎏의 성능검증위성과 4개의 큐브위성이 실린다. 대신 위성모사체 무게는 설계 무게를 맞추기 위해 1.3t으로 줄였다.
위성모사체 상단에 설치되는 성능검증위성은 위성제조업체인 에이피위성(AP위성)이 개발했다. 성능검증위성의 임무는 발사체 투입성능 검증, 큐브위성 사출, 우주핵심기술 검증탑재체의 검증 시험 등이다. 탑재체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발열전지(ETG), 벤처기업 져스텍이 개발한 제어모멘트자이로(CMG), 안테나제조사 이엠더블유(EMW)가 개발한 에스-밴드 안테나 등과 함께 큐브위성 발사관, 큐브위성 사출 영상 촬영장치(VCS) 등 5개가 장착된다. 발열전지는 향후 2030년께 예정된 달 착륙선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고, 다른 탑재체들도 우주핵심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성능검증위성에는 조선대, 서울대, 연세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제작한 4개의 큐브위성이 장착된다. 모두 3U∼6U 정도의 큐브위성으로 무게가 10㎏ 이하의 ‘꼬마위성’이다. 1U 큐브위성은 가로, 세로, 높이가 10㎝, 질량 1.33㎏의 초소형 인공위성을 말한다. 큐브위성의 수명은 6개월∼1년이다.
누리호가 발사돼 3단이 목표 궤도(700㎞)에 도달하면 먼저 성능검증위성이 분리된다. 이후 70초 뒤 위성모사체가 떨어져 나온다. 분리된 성능검증위성의 태양전지판이 태양을 바라보는 등 제자리를 찾으면 이후 이틀 간격으로 큐브위성 분리가 이뤄진다. 15일 예정대로 누리호가 발사되면 23일 조선대, 25일 카이스트, 27일 서울대, 29일 연세대 순으로 큐브위성이 분리된다. 성능검증위성에는 큐브위성 모사체도 하나 실리는데, 이것까지 사출하면 성능검증위성은 7월께부터 탑재체 검증시험 등 2년 동안의 본격적인 임무수행에 들어간다.
안상일 위성우주탐사체계설계부 책임연구원은 “큐브위성을 사출할 때 성능검증위성의 자세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자리를 찾는 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틀 간격으로 사출한다”고 설명했다.
8∼9일 이틀 동안 누리호 1·2단과 3단의 최종 결합 작업이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조립동에서 진행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은 2010년 3월에 시작해 내년 6월까지 진행된다. 총 사업비가 2조원에 이르는 장기 대형사업이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는 3단으로 구성되며, 그동안 1단과 2단에 쓰일 75t급 액체엔진과 7t급 액체엔진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2018년 75t 엔진 1개로 구성한 시험발사체를 발사해 엔진 성능을 검증하고 지난해 10월 3단으로 이뤄진 누리호 1차 발사를 했지만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현재 누리호는 오는 15일 오후 4시에 발사가 예정돼 있다. 발사 날짜는 13일 오후에 열리는 ‘비행시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고, 정확한 발사 시각은 당일 오후에 최종 발표된다. 하지만 여러 변수를 점검해야 하고 자그마한 고장이나 실수도 있어서는 안되기에 발사 날짜와 시각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고 항우연은 설명했다.
날씨는 2차 발사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히고 있다. 이날 기상청은 14일 오전 고흥군 봉래면에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예보했다. 누리호는 발사 전날인 14일 아침 7시20분부터 1시간여에 걸쳐 발사체종합조립동에서 이동차량(트랜스포터)에 실려 발사장까지 이송될 예정이다. 장영신 부장은 “누리호를 발사할 때는 빗물 등이 새어들어가지 않도록 밀폐가 돼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발사체를 발사장으로 옮길 때는 길 바닥이 젖어 비탈길에서 미끌어질 수도 있어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상청 통보관은 “현지 기상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상황 변화가 생기면 관계기관에 수시로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언론을 통해서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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