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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재생에너지 늘수록 관심 끄는 예비전력…“10% 마지노선”은 근거 없어

등록 2022-02-11 11:22수정 2022-02-11 14:49

에너지전환포럼 ‘적정 예비력’ 토론회
“예비력은 안전·비용 함께 고려해야
재생에너지 증가 대비 제도개선 필요”
지난해 7월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했을 당시 한국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의 모습. 한국전력거래소 제공
지난해 7월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했을 당시 한국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의 모습. 한국전력거래소 제공

“전력 예비율이 10% 수준까지 떨어졌다. 자칫 10년 전 대정전 사태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위기 일보 직전이다. 블랙아웃에 대비하기 위한 마지노선이 10%다. 이미 마지노선은 붕괴된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 여름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했을 때 나온 언론 기사들이다. 전력 예비력과 예비율은 발전사들이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전력 수준을 나타내는 수치다. ‘전력 대란’이나 ‘정전 위기’를 경고한 이런 보도는 ‘예비율 10%’가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기준선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여기서 경고성 발언을 해 준 이들은 주로 탈원전 비판에 앞장서 온 원자력공학자들이다. 그러다 보니 대개 탈원전 정책을 포기하고 원전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에너지전환포럼이 지난 7일 ‘에너지전환시대의 적정 예비력 기준’을 주제로 연 토론회는 이런 경고가 사실상 근거 없이 부풀려진 것임을 실제 전력계통을 다루는 실무자와 전문가들이 확인해 준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진이 한국전력거래소 실시간시장팀장이 발제한 ‘국내 예비력 기준 및 운영 현황’을 보면, 전력거래소가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 운영 예비력은 평상시 주파수 제어 예비력 700MW, 고장에 대비한 1·2·3차 예비력 총 3800MW, 이와 별도로 20분 안에 공급될 수 있는 속응성 자원 2000MW까지 포함해 모두 6500MW이다. 예비율 10%라는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 팀장은 “근거가 없는데, 그냥 (언론에서)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력 예비력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발전소를 더 짓거나, 당장 돌리지는 않더라도 않더라도 예비력이 필요할 때 언제든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발전기를 대기시키는 데는 모두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 비용은 최종적으로 전기 소비자인 국민의 부담이다.

김성수 한국산업기술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예비력이라는 것은 안전과 비용이 충돌할 수밖에 없어 안전하게 가려면 많은 발전기를 운영해야 되고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 어느 적정한 선에서 타협이 이뤄져야 되는데 우리는 안전만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며 2011년 광역정전 때 수급 조절 실패 책임을 지고 수장이 물러나야 했던 산업부와 전력거래소의 경험을 이유로 들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변동성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예비력은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전력시장 컨설팅 업체인 장인의공간 정해성 대표는 “재생에너지가 증가할 때는 불확실성도 증가하게 되는데,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예비력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외 사례를 보면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가 반드시 예비력 증가를 수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독일에서는 재생에너지가 3배 증가하는 동안 예비력 확보량은 오히려 15% 감소했는데, 거기엔 재생에너지와 수요 예측 개선, 발전기 고장정지 감소, 계통운영자(TSO)의 비용에 대한 인식 등이 있었다”며 “계통 운영기술을 향상하고 운영을 고도화하면 재생에너지가 증가할 때 예비력 확보량을 무조건 키우는 게 아니라 어떤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비력 운영을 고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예비력에 대한 보상을 명확히 해주는 예비력 시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예비력의 실시간 가치를 반영해주는 시장 없이는 발전사가 적극적으로 예비력을 제공하겠다고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력거래소는 제주도에서는 2023년부터, 육지에서는 2025년부터 주파수 제어 예비력을 포함한 5가지 예비력을 종류별로 상품화한 예비력 시장을 열기 위한 시장 설계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이와 별도로 재생에너지 증가에 대비해 별도의 예비력 항목 신설과 새로운 보조서비스 상품 도입도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과 연결해 검토 중이다.

주성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예비력 요구량도 많이 늘어나야 되는 상황”이라며 “주력 전원이 재생에너지가 될 때는 재생에너지가 전력계통 운영에서 만들어내는 문제들은 근본적으로 재생에너지가 해결할 수 있도록 기술·제도·시장 구조의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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