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하 전주지역자활센터장이 지난 25일 토론회에서 ‘전주지역자활 천기저귀 보급과 환경 기여 효과’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박임근 기자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을 천기저귀로 함께 시작해요. 불편한 시도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도전입니다.”
‘천기저귀 전도사’ 고은하(54) 전북 전주지역자활센터장의 신념이다. 그는 지난 25일 전북 전주시청 인근 사회혁신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전주지역자활 천기저귀 보급과 환경 기여 효과’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는 ‘뽀송뽀송 아이 엉덩이 지키고 환경도 살피는 슬기로운 육아생활’을 위한 소각 쓰레기 저감과 천기저귀 보급 확대를 위해 열렸다.
2016년부터 ‘천기저귀 전도사’ 나서
‘공급·수거·세탁·배달·대여’
전국 공공기관 유일하게 보급 사업
‘유아기 일회용 기저귀 평균 4402개’
신생아 가정에 월 2만원 지원 ‘목표’
“쓰레기는 줄고 자활인력은 늘어나”
저소득층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해 자활기반을 조성하는 전주지역자활센터는 2016년부터 천기저귀 보급을 본격 추진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천기저귀 사업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기저귀 공급·수거·세탁·배달 등의 대여서비스를 한다. 하지만 월 2만원의 부담에도 아직 사용 가정이 50~60 곳에 그치고 있다. 이용자들은 “일회용 기저귀 사용이 줄면서 쓰레기 배출량이 많이 줄었다”고 말하지만, 실제 실천율은 쉽사리 높아지지 않았다.
이번 토론회도 ‘천기저귀가 아기 건강과 환경에 참 좋은데, 왜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는 “5년 동안 산부인과 병원, 어린이집, 산모 교육 장소를 비롯한 각 기관 여러 곳에서 방문 교육을 했고 거리에 펼침막을 내거는 등 홍보에 나섰지만 한계가 많았다. 실천으로 옮기는 데는 앞으로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며 아쉬움을 고백했다.
고 센터장은 “태내의 따뜻한 보호를 받고 태어난 아이가 입게 되는 첫번째 의복이 기저귀다. 하지만 화학물질 등을 함유한 일회용 기저귀의 사용은 약한 아기의 몸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일회용을 줄이고 천기저귀 사용으로 아이들에게 건강과 푸른 지구를 물려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천기저귀 이용 가정에서는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기저귀 길이가 짧고 얇아 아이가 움직이면 소변과 대변이 이불에 묻어나요”, “커버 접촉 부위가 나일론 섬유여서 아이들 사타구니에 피부 발진이 일어나요”, “세탁하면서 다른 아이의 기저귀와 섞이지 않을까요?”, “일회용보다 2~4번 더 많이 갈아줘야 해요.”
고은하 전주지역자활센터장은 천기저귀 사용 가정의 의견을 수집해 불편사항을 보완해 보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 박임근 기자
그는 보완하는 방안을 찾았다. 종전 기저귀 크기(가로 40㎝, 세로 40㎝)를 각 10㎝씩 더 늘리고, 두께도 더 있는 원단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20개월이 지난 아이에게는 대소변이 샐 수 있으므로 삼각형 형태의 기저귀를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또 부직포·접착제가 있는 시중의 제품을 밴드와 똑딱이로 대체했고 크기도 조절했다. 기저귀가 서로 섞이는 문제는 지정된 번호를 자수로 새겨 구별하도록 했다.
그는 생태환경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시에 이 사업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출생아의 10%만이라도 천기저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함께 하자는 것이다. 전주에서는 2019년에 신생아가 3541명 출생했다. 이 중 10%에 해당하는 350명이 천기저귀를 사용하면 환경과 경제측면에서 효과가 매우 크다고 본다.
환경운동연합 등의 자료를 보면, 한 아이가 유아기(25개월) 동안 쓰는 일회용 기저귀는 하루 평균 5.8개씩 모두 4402개로 추산된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10ℓ짜리 종량제봉투 160개가 필요하다. 전주지역 아이 350명이 천기저귀를 쓰면 일회용 소각 쓰레기 감소량이 775t,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858t이 줄어든다. 천기저귀 사용 가정에 전주시가 매월 2만원씩을 지원하도록 예산 8400만원을 확보하면 일회용으로 쓰게 될 금액을 1가구당 연 82만8천원 절약해 가계부담이 줄어든다. 또 피부발진 등의 감소로 병원비도 아낄 수 있다. 특히 일자리 창출 효과도 발생한다. 세탁·수거·배송에 필요한 자활사업단 인원이 최소 120명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 사업이 확대 정착하려면 천기저귀 이용 활성화를 위한 지원조례 제정, 영유아 보육기관 천기저귀 전담인력 지원, 전주에서 출생하는 아이 축하용품 지원할 때 천기저귀 이용권 제공, 육아보육 바우처 사용시 천기저귀 사용 선택권 포함 등을 전주시에 요청하기도 했다.
“우리는 일회용 기저귀의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용자, 시민, 환경단체들이 말하는 천기저귀 사용의 어려움과 그에 따른 지역사회 환경을 위한 대안들을 작지만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이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으로 전주시가 생태환경도시로 가는 데 모범사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