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브랜드 컨설턴트 손봉선씨 거리, 인터넷, 신문, 텔레비전 등에서 부딪치는 수많은 회사와 상품들의 이름과 상표들. 홍수 정도가 아니라 산더미 같은 쓰나미의 위세로 우리 주변을 감싼다. 도대체 누가 저 숱한 이름들을 짓고, 그 이름들의 이미지를 관리할까? 언뜻 생각하면 네이미스트나 카피라이터, 작명가, 작가 등이 그런 일을 할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의 역할은 미미하다. 그보다는 ‘브랜드 컨설턴트’라고 하는 사람들이 종횡무진 활약한다. 브랜드메이저 송봉선(35) 팀장은 이 낯선 이름의 전문직에 종사한다. 그가 정의하는 브랜드 컨설팅은 ‘고객에게 확실하게 인식되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그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관리해주는 일’. 즉 단순하게 상표를 만들거나 이름을 짓는데 그치지 않고 기업 이미지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브랜드 관리방안을 수립해준다. “고객의 요구에 딱 맞는 브랜드 하나로 기업가치가 올라가는가 하면, 고객의 외면 속에 기업의 존폐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이제는 광고의 시대가 아니라 브랜드의 시대이고, 당연히 브랜드 컨설턴트의 역할이 중요한 때입니다.” 브랜드 컨설팅은 브랜드 핵심가치 구축, 브랜드 전략 수립은 물론 실제 브랜드 창조까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손 팀장이 하는 일은 복잡한 과정들의 연속이다. 우선 고객의 의뢰가 들어오면 상황을 분석하고 기본의 브랜드에 대한 조사를 벌인다. 이어 장기적으로 클라이언트 업체의 브랜드 계획을 세우고 실제 브랜드를 만들어낸다. 브랜드 이름과 슬로건, 로고타입, 심벌, 컬러 등까지 모두 그의 작업 범위에 들어간다. 브랜드가 만들어지면 홍보나 광고 등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고 마지막으로 평가와 진단을 한다. 모든 과정을 모두 마치는 데는 4개월쯤 걸린다. 기존의 브랜드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요구하는 클라이언트가 있을 때는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하기도 한다. 현재의 브랜드를 진단해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소비자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 등을 판단한 뒤 적절한 브랜드 유지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그가 8년간 이 분야에 몸담으면서 만들어낸 브랜드만 200여개. GS홈쇼핑, 하이라이프, 우리은행, 하이닉스반도체, 삼성SDI, 싸이더스, 산내들, 에스원, 이룸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시도 때도 없이 브레인스토밍, 전략회의, 야근, 주말 근무가 찾아오지만, 소비자들과 기업이 만족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낸다는 보람은 피곤과 수고를 물리친다. 요즘에는 대학에 브랜드 관련학과가 생기기도 했지만 손 팀장이 대학 다닐 적만 해도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다. ‘브랜드 =명품’ 정도의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한 그는 일본의 한 경영대학원에서 광고와 브랜드를 전공하면서 브랜드 컨설팅과 인연을 맺었다. 4년의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뒤 엘지애드 브랜드 전략팀을 거쳐 3년전 현재의 회사에 둥지를 틀었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죠. 남보다 한발 앞선 게 주효했어요. 과자 하나, 아이스크림 하나 먹어도 이름이나 상표 등 브랜드를 유심히 보는 습관이 있는 학생이라면 도전해 보세요. 거기에 트렌드를 읽는 통찰력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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