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학폭) 사건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설익은’ 학폭 대책 방향을 언급하면서, 정부가 내놓을 대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학폭 대책으로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언급했는데, 엄벌주의는 오히려 가해자의 소송을 더 늘리고 피해자의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학폭 대책 중 하나로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의 미국식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 미국식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교육부는 윤 대통령 발언을 학폭 가해자를 엄격하게 처벌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엄벌주의’ 방향의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중앙일보>는 대통령실 관계자 말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불의의 학폭 때문에 공부를 제대로 못한 피해 학생들에 대해 대학이 문을 더 개방해 학업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그런 발언은 없었으며 대학 입시에 대한 전면적 검토를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류에 대해 학폭 사건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탁상공론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5년 동안 학폭 피해자 법률대리를 맡아온 박상수 변호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같은 선명한 구호를 내세우다 보면 법적 분쟁만 격화될 수 있다”며 “현장을 모르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학교폭력으로부터 학교를 구하라>의 공저자 중 한명인 이상우 교사(금암초)도 “엄벌주의가 오히려 학교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며 “학폭과 입시를 연관시키면 과거 (서울) 강남 일부 학생들이 피해자임을 가장해 자신이 원하는 학교로 전학 갔던 것처럼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경상남도교육청 소속 학폭 담당 진희정 변호사도 “관계의 문제부터 극악한 범죄까지 학폭의 스펙트럼은 너무 다양하다”며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않은 채 한번 잘못하면 가해 학생을 학교 밖으로 내모는 정책 방향은 교육적이지도 않고 소년 보호 사건이나 학교 내부 징계 사건 등과 비교해 법적 형평성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폭 전문가들은 정부가 섣부르게 정책을 내놓기보다 학폭 담당 교사와 변호사, 판사, 학부모, 학생 등 다양한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례처럼 (처분에 불복하는) 집행정지 신청이 들어왔을 때 판사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피해자 대리인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가해자 중 학교 밖 청소년들은 복지와 치유, 교육 대책이 함께 가야 하며, 피해자를 위한 통학형 교육기관이나 기숙형 피해자지원센터 등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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