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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논술이 어디 한두 교사 몫인가요

등록 2007-02-25 15:55수정 2007-02-25 16:00

광주 경신여고 정선기 교사가 1학년 학생들과 함께 논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 경신여고 정선기 교사가 1학년 학생들과 함께 논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학교 논술수업 짱 / 광주 경신여고 정선기 교사

설날인 18일 광주 용봉벌 경신여고에서 만난 정선기 교사(46, 국어)는 “별 게 없다”고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소문 다 듣고 왔다고 재촉하자, 그는 “학교 체제 안에 논술이 뿌리박고 있고, 나 뿐 아니라 많은 선생님들이 논술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점은 자랑할 만 하다”고 말했다.

정 교사를 비롯해 한 두 교사가 고군분투하던 이 학교 논술 교육은 2006년 초에 큰 변화를 맞는다. 여러 과목들이 통합되고, 입시 비중까지 늘어난 논술 교육을 더 이상 국어 교사만의 몫으로 남길 수 없다는 정 교사의 건의가 바탕이 됐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교감을 위원장으로 한 ‘논술 지도계획 수립위원회’.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윤리 등 각 교과에서 뽑힌 6명의 대표 교사들이 두 달여 동안 방학을 잊고 열 차례 정도 머리를 맞댔다. 논술 교육에 대한 목표와 방침, 운영 방법, 수업 시수 등을 정하고 교과별 주요 주제를 뽑았다. 정 교사는 “교과별로 30개 정도의 주요 주제를 뽑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며 “이 주제들 역시 교과별 교사 논의를 거쳐 올라온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소요 예산부터 9개 과목 주제 200여개까지 17개 항목을 담은 30쪽의 지도 계획이 마련됐다.

교감 필두 표사들 똘똘 뭉쳐
9개 과목 지도계획 마련 성과
정규수업 자리매김 가능성 확인

상향식 절차를 거쳐 마련된 ‘논술 지도계획’은 그해 3월 교무회의에 상정돼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논술이 한 두 교사의 몫이 아닌 모든 교사의 책임이자 관심사로 자리 잡은 것이다. 대학, 교육청, 교육부 등에서 실시하는 논술 연수에 참가하는 교사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지역 단위의 논술 연구 모임에도 10명이나 가입했다. 정교사는 “솔직히 논술이라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흐름이 있었는데 싹 사라졌다”며 “여러 차례 논의를 거치면서 교사들이 논술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커다란 성과”라고 말했다.

교사들이 뭉치니 학원에 의지하던 학생들도 저절로 학교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1, 2학년에 25명 안팎의 학생들로 논술반이 꾸려졌고, 학생들은 한 주 두 차례씩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윤리, 철학 등 10여 명의 교사들에게 돌아가며 수업을 듣는다. 한 주제에 대해 해당 과목 교사가 2~3시간 설명을 한 뒤 논제를 주고 학생들에게 답안을 작성하게 하면, 이에 대한 평가와 첨삭은 과목 교사와 국어 교사가 함께 진행하는 식이다. 정 교사는 “논술은 글쓰기가 아니라 생각하기”라며 “국어적 능력은 표현하는 데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다”라고 말했다.

경신여고는 논술을 담당하는 논술계 교사도 따로 뒀다. 수업을 편성하고 주제를 배정하는 역할 등을 하는 논술계는 논술 교육을 안정적으로 진행하는 데 큰 몫을 담당한다. 정 교사는 “장기적으로 논술 교육을 정규 수업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쉽진 않겠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전체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논술을 붙잡고 부대끼면서 그런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매주 두시간 책읽기
‘기초체력’ 다지기
독후활동은 가볍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우선 기초를 튼튼하게 해야 된다는 걸요.”

경신여고 교무회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하나의 지도계획을 통과시켰다. 바로 ‘독서활동 지도계획’이다. 지난해 논술을 지도하면서 무엇보다 쓸거리가 없어 쩔쩔매는 아이들을 보면서 독서의 필요성을 절감했단다.

이번에도 계획은 상향식으로 마련됐다. 지난해 말부터 두 달 동안 연구부장 교사를 중심으로 7~8차례 모여 회의를 했다. 도서 목록을 짜고, 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독서 활동지도 마련했다.

이 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이 학교 모든 학생들은 한 주에 두 시간씩 책을 읽게 된다. 목요일 8교시와 토요일 1교시로 시간까지 정했다. 5시간을 확보하는 게 목표지만, 일단 수업 시수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정한 것이다. 학생들은 그 시간에 어떤 읽을거리든 가져와서 읽으면 된다.

학생들의 성취감을 높이고, 독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독서인증제도 함께 시행된다. 학기 당 2권씩, 1년에 4권의 책을 읽고 인증을 받도록 했다. 학교에서 학년별 추천도서 목록으로 8권을 제시하지만, 무엇을 읽을 지는 학생이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했다. 이렇게 읽은 책들은 학교생활기록부에도 적어 둬 대학 입시 등에도 요긴하게 쓰일 예정이다.

독후활동은 최대한 가볍게 하기로 했다. 독서 교육이 실패하는 것은 무거운 독후활동 탓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 교사는 “독후감 쓰기 등 독후 활동을 무겁게 안겨주면 학생들은 그게 부담이 돼서 독서에 흥미를 금방 잃게 된다”며 “어른들도 그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정 교사는 “올해 논술 지도계획과 독서 지도계획이 어떤 효과를 빚을지 기대해 보라”고 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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