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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논술고사 사라져도 수업은 남는다

등록 2007-03-11 16:40

성백영 서울성심여고 교사가 새학기를 맞은 고교 3학년 학생들에게 국어 교과 운영 계획과 활동 중심 수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백영 서울성심여고 교사가 새학기를 맞은 고교 3학년 학생들에게 국어 교과 운영 계획과 활동 중심 수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활동중심 수업’ 10개 과목 늘려
한 학기 두 주제씩만 해도…
창의력 표현력 키우기 ‘딱’이죠
우리학교 논술수업 짱 / 서울 성심여고 성백영 교사

성백영 서울성심여고 교사(48·국어)는 지난 겨울방학 동안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서울대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열린 논술 지도교사 연수에 참석해 강연을 하면서, 그는 이 말을 수십 차례 강조하며 교사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대학 입시 논술고사는 상황에 따라 비중이 줄어들 수도, 아예 사라질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읽기, 알기, 생각하기, 쓰기로 연결되는 논술 교육은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데 유용한 ‘도구’입니다. 이번 기회에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을 벗어나 아이들의 사고력과 창의력, 표현력을 길러주는 활동 중심 수업이 뿌리 내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죠.”

이 말이 그저 구호에 불과하다면 그가 지금처럼 전국의 교사들로부터 하루에 50여통씩 이메일을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성심여고에서 일찌감치 자리매김한 ‘활동 중심 수업’의 내용과 구체적인 방법, 필요한 자료 등에 대한 동료 교사들의 문의에 답하는 것은 최근 성 교사에게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성심여고의 활동 중심 수업은 성 교사가 담당하고 있는 국어과를 중심으로 시작돼 올해부터 전 학년, 모두 10개 과목으로 확대된다. 크게 보아 국어, 사회, 과학 교과 범주에 드는 과목의 담당 교사들은 지난 겨울방학 기간에 2000년~2007년까지 각 대학에서 낸 논술 문제들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교과별로 한 학기에 두 개 주제씩 활동 중심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수업 시안’을 만들었다. 그 수업 시안을 가지고 다른 교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범 수업’도 하게 된다. 각 과목별 특성을 살리되 ‘배우고, 생각하며 토론하고 표현한다’는, 성심여고 논술 교육의 공통 목표를 구현하고 있는지 교사 스스로 검증해보는 것이다.

“방과후 교실 형태로 입시 대비 논술 수업을 하면 한 학기에 8개 주제를 다루기도 버겁지요. 수업을 듣는 아이들도 30명밖에 안되고요. 그런데 일반 수업 시간에 10개 과목에서 두 개 주제씩 다루면 300여명 학생들이 한 학기에만 20개 주제를, 인문사회 영역뿐 아니라 수리과학 영역까지 경험하게 되니 훨씬 효과적이죠.”

성 교사가 이처럼 주제별 활동 중심 수업을 소신 있게 밀어붙이는 까닭은 간단하다. 몇 년 전부터 국어 교과에 이런 수업과 평가 방식을 도입해 그 장점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성 교사를 비롯한 성심여고 국어과 교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기존 국어·문학 교과서를 ‘발전적으로 해체’한 뒤 주제별로 분류하고 살을 보태 새로 묶었다. 학생들이 교과서 지문의 서너배 분량쯤 되는 글을 읽고, 간단한 서술형 문항에 답한 뒤 토론하고 글을 쓰도록 하는 새로운 교과서가 탄생했으니, 이른바 ‘성심이’ 시리즈다. 매년 조금씩 업그레이드 되는 이 교과서는 가수 윤도현의 노래 <가을 우체국 앞에서>로 시적 화자의 상황을 짐작해보거나 영화 <괴물>을 기초로 환경오염과 미군주둔 문제를 모둠 토론하는 등 참신하고 재미있는 수업을 예고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수업에 따라 평가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논술형 수행평가와 중간·기말고사 서술형 평가를 포함해 성심여고 국어과 평가의 50% 이상이 서술형으로 이뤄진다.

“일상 속에서 접하는 모든 것이 생각의 실마리가 된다는 것,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표현하되 다른 이들의 느낌과 생각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 아이들이 활동 중심 수업을 통해 이런 것들을 배웠으면 합니다. 그래야 논술고사가 사라졌어도 수업은 남았다, 고 할 수 있겠죠.” 글·사진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교사들이 직접 만든
’성심이 시리즈’
교과서의 멋진 변신

신입생들이 배우게 될 2007학년도 1학기 국어 교과서가 도착했다. 제목은 <성심이의 국어 스스로 하기>다. 제일 먼저 배우는 단원은 ‘나’다. 김광규의 시 <나>를 읽은 뒤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보고, 시적 화자가 자신을 어떤 존재로 보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인간다운 삶’ 단원에서는 학생, 아동, 여성, 장애인, 사형수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해 현재 활동중인 인권운동가들이 매체에 기고한 글들과 신문 기사, 만평, 통계 자료가 실려있다. 그 자료를 토대로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단락별로 나누어 써보고, 때로는 찬반 토론을 벌이도록 돼있다.

이처럼 기존의 <국어 상·하> 교과서를 재구성한 <성심이의 국어 스스로 하기> 1·2학기 교과서를 배운 뒤 2학년에 진학하면, 4권의 문학 교과서가 학생들을 기다린다. 기존의 <문학> 교과서를 현대시, 현대소설, 고전시, 고전소설 등 장르별로 나눈 뒤 각 장르별로 작품을 넉넉히 싣고, 한 작품이 다른 작품과 어떻게 만나는지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꾸몄다. 3학년이 되면, 1~2학년 때 접한 다양한 문학·비문학 작품들을 토대로 깊이있는 토론, 본격적인 글쓰기가 이루어진다. 관련 자료에 철학·인문학 고전이 포함되는 등 내용도 조금 어려워진다.

성백영 교사를 중심으로 성심여고 국어교사들이 직접 만들어 2004년부터 활용한 ‘성심이’ 시리즈는, 학생들에겐 활동 중심 수업을 위한 교재이고 교사들에겐 수업 지침서다. 최근 보도된 기사와 기고문, 문학상 수상작품, 개봉 영화 등 각종 문화 콘텐츠가 실려 있는 까닭에 교사들은 매년 ‘개정판’을 만들어 낸다. 이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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