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일 경북 군위 ‘대안적 사회학습센터’에서 학교너머 축제에 참가한 탈학교 청소년들이 노래 공연을 하고 있다.
[교실 밖 교실]
경북 군위군 소보면 서경리. 지난 8~9일 이 한적한 시골 마을이 떠들썩해졌다. 이 마을에 자리잡은 ‘대안적 사회학습센터’(옛 간디자유학교)에서 청소년들이 한판 큰 잔치를 벌였기 때문이다. 잔치의 주인공은 전국에서 온 탈학교 청소년들. 간디공동체 부설 간디교육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탈학교 청소년 네트워크 ‘학교너머’가 지난 1년 동안의 활동을 결산하는 자리로 마련한 ‘제1회 학교너머 축제’에는 150여명의 홈스쿨러 및 탈학교 청소년과 가족들이 참가했다.
탈학교 사회학습망 ‘학교너머’
■ 학교를 넘어선 학교=학교너머(schoolbeyond.com)는 학교라는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배움의 연대를 지향한다. 2005년 3월 홈스쿨러 네트워크로 시작해, 올 4월부터는 홈스쿨러를 포함한 탈학교 청소년을 위한 사회학습 네트워크로 새롭게 출발했다. 간디교육연구소에서 학교너머를 담당하고 있는 김동준 교사는 “이전의 학교너머가 ‘배움’보다는 홈스쿨러들의 ‘만남’에 무게를 두고 활동도 부정기적인 체험캠프 위주였다면, 올해부터는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들이 언제든지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다양한 캠프를 여는 대안적인 사회학습 안전망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학교너머 축제가 열린 군위 사회학습센터는 간디공동체가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탈학교 청소년 전용 배움터다. 간디자유학교가 충남 금산으로 이전하면서 올해부터 학교 건물을 사회학습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한석주 간디교육연구소장은 “간디학교 10년의 대안교육 경험과 여러 사회단체들의 교육 역량을 묶어 탈학교 청소년들에게 맞는 새로운 배움의 과정을 마련해주고 싶다”며 “앞으로 상처받은 청소년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도 상설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교너머의 캠프도 주로 사회학습센터에서 열린다. 학교너머는 올 4월부터 인문학 캠프 세 차례, 문화예술 감수성 캠프 네 차례, 체험 캠프 두 차례 등 모두 아홉 차례의 캠프를 열었다. 2박3일 동안 진행되는 인문학 캠프는 청소년 인문학 교육 전문 단체인 교육공동체 ‘나다’와 함께한다. 문화예술 감수성 캠프는 3박4일 동안 진행되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해 영화 제작, 춤, 팬터마임, 풍물, 마당극, 탈춤 등을 배운다. 체험 캠프로는 지난 6월 3박4일 동안 농사를 짓는 학교너머 회원 집에서 농촌활동을 했고, 10월에는 2박3일 동안 평화운동단체인 ‘이매진 피스’와 함께 헌 책을 판 돈으로 새 책을 사 인도네시아의 분쟁지역인 아체의 평화도서관에 전달하는 ‘평화 헌책방’ 행사에 참여했다.
학교너머의 캠프 참가비는 7만원(3박4일 문화예술 감수성 캠프 기준·정회원은 5만원)으로, 다른 캠프에 견줘 매우 싼 편이다. 그나마 이주민 자녀나 소년소녀 가장 등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다. 가난이 배움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대신 “형편이 되는 분은 마음이 허락하는 대로 원래 참가비보다 조금 더 부담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때로는 얼마 안 되는 교사 월급에서 까기도 한다.
홈스쿨러·가족 등 150명 첫 축제
상설캠프·동아리 통해 네트워킹
고립적 생활 벗어나 새 시야 얻어 정기적인 캠프 이외에 청소년들끼리 동아리를 구성해 자체 캠프와 합숙도 진행한다. 현재 ‘우리생각 원정대’ 등 3개의 동아리가 구성돼 있다. 문화예술 감수성 캠프에서 같은 과목을 수강한 사람들이 모여 동아리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번 학교너머 축제에서는 아이들이 1년 동안 캠프와 동아리를 통해 갈고 닦은 기량을 맘껏 뽐냈다. 2년째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윤둥실(18·강원 양구)양은 “학교너머 활동은 고립적으로 살아가기 쉬운 탈학교 청소년들이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배움을 통해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 탈학교 청소년들의 목소리=이번 축제의 토론 시간에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소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박탈하는 사회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상훈(18)군은 “학교 중심의 국가 독점적인 교육체제 아래에서 많은 탈학교 청소년들이 교육받을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어떤 곳에서 뭘 배우든 그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받고, 굳이 학교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현(20)씨는 “부모님이 내시는 세금 고지서에 교육세 항목이 포함돼 있는 걸 볼 때면 왠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부모님들과의 소통도 도마에 올랐다. 자유로운 배움의 길을 선택한 이들에게도 대학 진학은 풀기 어려운 숙제인 듯했다. 청소년들은 “왜 학교 밖에서까지 짜여진 대로 검정고시와 수능을 공부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털어놨고, 학부모들은 “최소한의 약속과 책임, 삶과 진로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한 청소년은 “우리들도 바보가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공부할 거리도 스스로 찾아내고 한다. 부모님들도 우리를 믿어달라”고 말했다. 공부 문제로 부모와 다투기도 했다는 이승수(18)군은 학교너머 소식지에 쓴 ‘공부’라는 글에서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마치 학교라는 공장에서 학교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기계처럼 공부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하지 않느냐”며 “그런 공부가 아닌 내 인생에 필요하고 나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군위/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상설캠프·동아리 통해 네트워킹
고립적 생활 벗어나 새 시야 얻어 정기적인 캠프 이외에 청소년들끼리 동아리를 구성해 자체 캠프와 합숙도 진행한다. 현재 ‘우리생각 원정대’ 등 3개의 동아리가 구성돼 있다. 문화예술 감수성 캠프에서 같은 과목을 수강한 사람들이 모여 동아리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번 학교너머 축제에서는 아이들이 1년 동안 캠프와 동아리를 통해 갈고 닦은 기량을 맘껏 뽐냈다. 2년째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윤둥실(18·강원 양구)양은 “학교너머 활동은 고립적으로 살아가기 쉬운 탈학교 청소년들이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배움을 통해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 탈학교 청소년들의 목소리=이번 축제의 토론 시간에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소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박탈하는 사회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상훈(18)군은 “학교 중심의 국가 독점적인 교육체제 아래에서 많은 탈학교 청소년들이 교육받을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어떤 곳에서 뭘 배우든 그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받고, 굳이 학교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현(20)씨는 “부모님이 내시는 세금 고지서에 교육세 항목이 포함돼 있는 걸 볼 때면 왠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부모님들과의 소통도 도마에 올랐다. 자유로운 배움의 길을 선택한 이들에게도 대학 진학은 풀기 어려운 숙제인 듯했다. 청소년들은 “왜 학교 밖에서까지 짜여진 대로 검정고시와 수능을 공부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털어놨고, 학부모들은 “최소한의 약속과 책임, 삶과 진로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한 청소년은 “우리들도 바보가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공부할 거리도 스스로 찾아내고 한다. 부모님들도 우리를 믿어달라”고 말했다. 공부 문제로 부모와 다투기도 했다는 이승수(18)군은 학교너머 소식지에 쓴 ‘공부’라는 글에서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마치 학교라는 공장에서 학교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기계처럼 공부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하지 않느냐”며 “그런 공부가 아닌 내 인생에 필요하고 나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군위/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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