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양고 송형호 교사는 ‘참여’와 ‘소통’의 문화가 확산돼야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고 믿는다. 송 교사가 수업이 끝난 뒤 영어교과실에서 반 학생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교실 밖 교실] 자양고 송형호 교사의 학급운영
날마다 종례신문으로 말길 트고
1인1역·학습멘토로 각자 몫 맡기니
학생들 참여태도 수업에도 도움 서울 자양고 송형호(47·영어) 교사는 해마다 학기 초에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뒷말을 하거나 혼을 내지 않고 학급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는 1989년 ‘전교조 사태’로 해직됐다 94년 복직하면서 스스로 매를 내려놨다. 교실에서 언어폭력도 없애기로 했다. “매와 야단 같은 전통적인 훈육방식을 버리고 나면서 고민이 시작됐어요. 아이들과 인격적으로 만나면서 자율의 힘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학급운영이 필요했던 거죠.” 그는 시행착오와 고민을 거듭한 끝에 답을 찾아냈다. 바로 ‘참여’와 ‘소통’이다. 참여와 소통은 그의 수업과 학급운영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다. ■ 학부모·아이들과 ‘통’하다=송 교사가 2005년 3월부터 만들어오고 있는 ‘종례신문’은 그가 학부모와 아이들을 만나는 중요한 통로다. 그가 매일 반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에이(A)4 용지 2~3장 분량의 종례신문에는 공지사항을 비롯해 반 아이들의 근황, 칭찬, 학습 정보, 좋은 글귀 등이 담긴다. ‘잔소리’가 아닌 의미 있는 훈화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종례신문의 장점이다. 그는 “종례신문을 활용하면 담임으로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면서도 절대 얼굴 붉힐 일이 없어서 좋다”고 했다. 우아한 말로 에둘러서 표현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실컷 야단을 쳤는데도 아이들은 아무도 야단 맞았다는 느낌을 갖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종례신문은 부모와 아이들의 말길을 트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학부모 김숙인(44)씨는 “고2 정도가 되면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를 잘 안 꺼내는데, 종례신문에 실린 내용을 토대로 아이에게 질문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고 말했다. 송 교사는 “아이가 종례신문을 꺼내 놓지 않으면 책가방을 열어 종례신문을 읽는다는 부모도 있다”고 귀띔했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도 송 교사가 애용하는 소통 수단이다. 송 교사는 수시로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이 성적 보니 열심히 하려고 애쓴 거 느껴져 가슴 뭉클하다 고마워^^”(중간고사 성적표 나온 뒤 학생에게 보낸 문자) “천사들 만나 매일 행복하오니 15일은 부디 잊어주시길. 넘 행복하여 질투받을까 두렵거든요^^”(5월15일 스승의 날 앞두고 학부모들에게 보낸 전체 문자)
송 교사는 ‘디지털 신인류’인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메신저 채팅도 십분 활용한다. 일할 때는 물론 집에 있을 때도 늘 메신저를 켜 놓고 아이들이 말을 걸어오면 함께 수다를 떤다. 채팅으로 생활상담이나 진로상담도 해준다. 진보람양은 “선생님과 채팅을 한다는 게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했다. 채팅을 통해 사이버 무료 영어과외도 해준다. 학생들이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곧바로 답변해준다. 무료과외는 송 교사가 운영하는 자양영어 홈페이지(ket.njoyschool.net) 게시판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도 이뤄진다. 올해부터는 졸업한 선배와의 소통도 첫걸음을 뗐다. 졸업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진로와 공부, 입시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선후배 멘토링’ 제도를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이 요청을 하면 송 교사가 적당한 선배 멘토를 소개해준다. ■ 참여, 아이들을 바꾸는 힘=송 교사는 학생들이 학급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 데 참여하도록 돕는다. 기여가 아이들의 소속감과 자아 존중감을 키워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1인1역’이 한 예다. 모든 학생들이 학급에 필요한 역할을 한 가지씩 스스로 선택해 1년 동안 그 일을 맡도록 하는 방식이다. 경찰팀장은 지각 여부를 점검하고, 소통팀장은 종례신문을 나눠준다. 디지털 사진기자는 모든 학급활동을 찍어 게시판에 올리는 역할을 한다. 1년에 두 차례 동료들의 평가를 통해 우수한 평가를 받은 사람은 학급활동 우수자 학교장상 후보로 추천하고, 학교생활기록부에도 올린다. 학생들의 참여는 수업으로도 이어진다. 송 교사는 영어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들을 그림이나 동영상 등으로 표현하는 과제를 내준다.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낸 ‘멀티 단어장’으로 어휘 학습지를 만들어 나눠준다. 학생들은 친구들이 만든 이미지를 보고 영어 단어의 철자와 뜻을 맞히며 단어를 익힌다. 송 교사는 이를 ‘SCC(학생 제작 콘텐츠) 활용 수업’이라고 부른다. 송 교사는 교과서 본문과 해설, 원어민 음성 파일 등을 인터넷에 통째로 올린 웹북을 화면에 띄워 놓고 수업을 하는데, 웹북에도 SCC가 포함돼 있다. 올해부터는 친구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 멘토링’도 실시하고 있다. 과목별로 반에서 성적이 상위권에 드는 학생들을 멘토(도움을 주는 사람)로 선정한 뒤, 나머지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멘티(도움을 받는 사람)를 1대1로 맺어준다. 송 교사는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남을 가르치는 것”이라며 “쉬는 시간에 멘토와 멘티가 함께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참 흐뭇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참여소통교육모임 자료·정보 공유 교육의 질 높이기 “나뉘어 무너진 공교육, 나누면 일어선다.” 서울 자양고 송형호 교사의 믿음이다. 교사들이 자기가 가진 것을 서로 나누고 공유해야 공교육의 질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송 교사가 3년 전 ‘참여소통교육모임’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참여소통교육모임 홈페이지(epc.njoyschool.net)의 메인 화면에 적혀 있는 ‘교사가 신나서 아이들이 신나고, 아이들이 신나서 학교가 신나는 교육! 참여와 소통, 나눔으로 행복한 학교를 함께 만들어 가요^^’라는 소개글은 이 모임의 지향을 잘 보여준다. 실제 이 모임 홈페이지와 송 교사가 운영하는 자양영어 홈페이지의 ‘하드공유운동’ 게시판에는 전국 교사들이 올린 기출문제를 비롯해 학습 자료, 수업 사례, 수업에 이용할 만한 소프트웨어와 플래시 게임 등이 빼곡하다. 칭찬 스티커와 환경미화 자료 등 학급운영에 바로 쓸 수 있는 자료도 올려져 있다. 참여소통교육모임에는 현재 7천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정보를 나눈다. 경기 남부와 북부, 충남, 인천, 강원지역에는 오프라인 모임도 꾸려져 있다. 특히 경기 남부모임은 매달 한 차례씩 모여 자체 연수를 진행한다. 또 참여소통교육모임은 방학 때마다 전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참여소통 학급운영’ 직무연수를 실시한다. ‘SCC 멀티사전’ 홈페이지(dic.njoyschool.net)도 송 교사의 공유운동과 맥이 닿아 있다. 송 교사에게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이 수행평가 과제로 만든 ‘멀티 단어장’을 비롯해, 참여소통 회원들이 가르치는 전국의 학생들이 만든 SCC가 이 홈페이지에 올려진다. 이종규 기자
1인1역·학습멘토로 각자 몫 맡기니
학생들 참여태도 수업에도 도움 서울 자양고 송형호(47·영어) 교사는 해마다 학기 초에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뒷말을 하거나 혼을 내지 않고 학급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는 1989년 ‘전교조 사태’로 해직됐다 94년 복직하면서 스스로 매를 내려놨다. 교실에서 언어폭력도 없애기로 했다. “매와 야단 같은 전통적인 훈육방식을 버리고 나면서 고민이 시작됐어요. 아이들과 인격적으로 만나면서 자율의 힘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학급운영이 필요했던 거죠.” 그는 시행착오와 고민을 거듭한 끝에 답을 찾아냈다. 바로 ‘참여’와 ‘소통’이다. 참여와 소통은 그의 수업과 학급운영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다. ■ 학부모·아이들과 ‘통’하다=송 교사가 2005년 3월부터 만들어오고 있는 ‘종례신문’은 그가 학부모와 아이들을 만나는 중요한 통로다. 그가 매일 반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에이(A)4 용지 2~3장 분량의 종례신문에는 공지사항을 비롯해 반 아이들의 근황, 칭찬, 학습 정보, 좋은 글귀 등이 담긴다. ‘잔소리’가 아닌 의미 있는 훈화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종례신문의 장점이다. 그는 “종례신문을 활용하면 담임으로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면서도 절대 얼굴 붉힐 일이 없어서 좋다”고 했다. 우아한 말로 에둘러서 표현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실컷 야단을 쳤는데도 아이들은 아무도 야단 맞았다는 느낌을 갖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종례신문은 부모와 아이들의 말길을 트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학부모 김숙인(44)씨는 “고2 정도가 되면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를 잘 안 꺼내는데, 종례신문에 실린 내용을 토대로 아이에게 질문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고 말했다. 송 교사는 “아이가 종례신문을 꺼내 놓지 않으면 책가방을 열어 종례신문을 읽는다는 부모도 있다”고 귀띔했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도 송 교사가 애용하는 소통 수단이다. 송 교사는 수시로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이 성적 보니 열심히 하려고 애쓴 거 느껴져 가슴 뭉클하다 고마워^^”(중간고사 성적표 나온 뒤 학생에게 보낸 문자) “천사들 만나 매일 행복하오니 15일은 부디 잊어주시길. 넘 행복하여 질투받을까 두렵거든요^^”(5월15일 스승의 날 앞두고 학부모들에게 보낸 전체 문자)
송 교사는 ‘디지털 신인류’인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메신저 채팅도 십분 활용한다. 일할 때는 물론 집에 있을 때도 늘 메신저를 켜 놓고 아이들이 말을 걸어오면 함께 수다를 떤다. 채팅으로 생활상담이나 진로상담도 해준다. 진보람양은 “선생님과 채팅을 한다는 게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했다. 채팅을 통해 사이버 무료 영어과외도 해준다. 학생들이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곧바로 답변해준다. 무료과외는 송 교사가 운영하는 자양영어 홈페이지(ket.njoyschool.net) 게시판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도 이뤄진다. 올해부터는 졸업한 선배와의 소통도 첫걸음을 뗐다. 졸업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진로와 공부, 입시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선후배 멘토링’ 제도를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이 요청을 하면 송 교사가 적당한 선배 멘토를 소개해준다. ■ 참여, 아이들을 바꾸는 힘=송 교사는 학생들이 학급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 데 참여하도록 돕는다. 기여가 아이들의 소속감과 자아 존중감을 키워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1인1역’이 한 예다. 모든 학생들이 학급에 필요한 역할을 한 가지씩 스스로 선택해 1년 동안 그 일을 맡도록 하는 방식이다. 경찰팀장은 지각 여부를 점검하고, 소통팀장은 종례신문을 나눠준다. 디지털 사진기자는 모든 학급활동을 찍어 게시판에 올리는 역할을 한다. 1년에 두 차례 동료들의 평가를 통해 우수한 평가를 받은 사람은 학급활동 우수자 학교장상 후보로 추천하고, 학교생활기록부에도 올린다. 학생들의 참여는 수업으로도 이어진다. 송 교사는 영어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들을 그림이나 동영상 등으로 표현하는 과제를 내준다.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낸 ‘멀티 단어장’으로 어휘 학습지를 만들어 나눠준다. 학생들은 친구들이 만든 이미지를 보고 영어 단어의 철자와 뜻을 맞히며 단어를 익힌다. 송 교사는 이를 ‘SCC(학생 제작 콘텐츠) 활용 수업’이라고 부른다. 송 교사는 교과서 본문과 해설, 원어민 음성 파일 등을 인터넷에 통째로 올린 웹북을 화면에 띄워 놓고 수업을 하는데, 웹북에도 SCC가 포함돼 있다. 올해부터는 친구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 멘토링’도 실시하고 있다. 과목별로 반에서 성적이 상위권에 드는 학생들을 멘토(도움을 주는 사람)로 선정한 뒤, 나머지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멘티(도움을 받는 사람)를 1대1로 맺어준다. 송 교사는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남을 가르치는 것”이라며 “쉬는 시간에 멘토와 멘티가 함께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참 흐뭇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참여소통교육모임 자료·정보 공유 교육의 질 높이기 “나뉘어 무너진 공교육, 나누면 일어선다.” 서울 자양고 송형호 교사의 믿음이다. 교사들이 자기가 가진 것을 서로 나누고 공유해야 공교육의 질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송 교사가 3년 전 ‘참여소통교육모임’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참여소통교육모임 홈페이지(epc.njoyschool.net)의 메인 화면에 적혀 있는 ‘교사가 신나서 아이들이 신나고, 아이들이 신나서 학교가 신나는 교육! 참여와 소통, 나눔으로 행복한 학교를 함께 만들어 가요^^’라는 소개글은 이 모임의 지향을 잘 보여준다. 실제 이 모임 홈페이지와 송 교사가 운영하는 자양영어 홈페이지의 ‘하드공유운동’ 게시판에는 전국 교사들이 올린 기출문제를 비롯해 학습 자료, 수업 사례, 수업에 이용할 만한 소프트웨어와 플래시 게임 등이 빼곡하다. 칭찬 스티커와 환경미화 자료 등 학급운영에 바로 쓸 수 있는 자료도 올려져 있다. 참여소통교육모임에는 현재 7천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정보를 나눈다. 경기 남부와 북부, 충남, 인천, 강원지역에는 오프라인 모임도 꾸려져 있다. 특히 경기 남부모임은 매달 한 차례씩 모여 자체 연수를 진행한다. 또 참여소통교육모임은 방학 때마다 전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참여소통 학급운영’ 직무연수를 실시한다. ‘SCC 멀티사전’ 홈페이지(dic.njoyschool.net)도 송 교사의 공유운동과 맥이 닿아 있다. 송 교사에게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이 수행평가 과제로 만든 ‘멀티 단어장’을 비롯해, 참여소통 회원들이 가르치는 전국의 학생들이 만든 SCC가 이 홈페이지에 올려진다. 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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