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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소노동자 숨진 서울대는 ‘설국열차’…‘다른 칸’ 상황 전혀 몰라”

등록 2021-07-15 15:36수정 2021-07-15 15:53

민주당 산업재해 TF 현장 방문
사망 노동자 동료 “숨지기 3일 전 대청소로 지친 모습”

유족·노조, 서울대 인권센터 조사 ‘셀프조사’ 규정, 거부
민주당 산업재해 TF·전문가 등 포함한 공동조사 요구
오세정 서울대 총장(오른쪽 두번째) 등 학교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TF)의 이해식, 장철민, 이탄희 의원과 청소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한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정 서울대 총장(오른쪽 두번째) 등 학교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TF)의 이해식, 장철민, 이탄희 의원과 청소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한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ㄱ(59)씨가 지난달 26일 숨지기 3일 전 갑작스러운 대청소를 한 뒤 쉬는 시간에 계속 누워 있는 등 지친 모습을 보였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나왔다.

이탄희·이해식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티에프(TF)는 15일 오전 서울대를 찾아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현장방문을 했다. 의원들과 노동자들과의 간담회에서 ㄱ씨와 가까웠던 동료 청소노동자 허아무개씨는 “ㄱ씨가 돌아가시기 전인 21~23일 기숙사 검열 때문에 925동을 대청소하셨다. 그러고나서 23일부터 쉬는 시간에 계속 누워 있었다. 그때 많이 무리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달 21일 청소노동자들에게 이틀 뒤인 23일 청소 상태를 검열한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청소노동자들은 이전에 없던 검열이라 당혹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허씨는 “ㄱ씨가 특히 자존심이 강해서 지적받는 것을 싫어했다. 게다가 어느 동으로 검열을 나올지 몰라서 ㄱ씨가 열심히 1∼4층의 도서실, 샤워장, 화장실, 세탁실, 복도부터 창틀, 창문까지 모두 대청소를 했다”고 전했다. 허씨는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힘들지만, 큰 건물을 혼자 청소하는 일이 더 힘들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23일 청소 검열을 받은 뒤, 쉬는 시간이 되면 침상에 계속 누워있었다고 허씨는 전했다. 허씨의 말을 종합하면, ㄱ씨는 이후 24∼25일 근무한 뒤 토요일인 26일 아침 8시에 출근했다. 허씨는 ㄱ씨가 숨진 지난달 26일 오전 11시께 휴게실에서 지쳐보이는 ㄱ씨와 만났다고 한다. 허씨는 이야기를 나누다 ㄱ씨에게 “이런 운영 시스템대로 하면 언니 몸이 남아나지 않겠다”고 걱정의 말을 건넸다고 밝혔다.

또 허씨는 ㄴ기숙사 안전관리팀장이 온 뒤 열린 첫 회의날 “갑이 지정하는 일을 을이 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쓰여 있는 근로계약서를 보여준 뒤, 바로 예고 없이 필기시험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소노동자들에게 ‘드레스코드 지시’, 제초작업 외주화를 위한 시간외수당 삭감 예고 등이 이어지자 ㄱ씨와 “우리 이런 일 계속되면 사진을 찍어서 준비하자,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건 고용노동부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얘기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고도 전했다.

서울대는 지난 8일 총장 직권으로 ㄱ씨의 죽음과 관련한 조사를 서울대 인권센터에 의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ㄱ씨가 담당했던 관악학생생활관의 관장이 인권센터 운영위원으로 포함돼 논란이 일었지만 최근 서울대는 해당 관장을 운영위원에서 면직했다.

그러나 유족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는 인권센터를 ‘셀프조사’로 규정하고 조사에 전면 응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유족과 노조는 이날 서울대를 방문한 민주당 산재 티에프에 노조 5명, 산업재해 전문가·노동환경 전문가·변호사·현장 노동자 등 5명, 학교 쪽 5명, 국회의원 3명 등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를 요구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 등 학교 관계자들과 비공개 회동을 하고 온 이탄희 의원은 “필기시험, 복장 지시 등에 대해 서울대는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 있다. 노동자들이 느꼈을 모욕감을 대학 당국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서울대가 영화 <설국열차>처럼 느껴진다. 다른 기차 칸 살면서 다른 칸의 상황 전혀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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