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막히고 무더위 쉼터 제약 있어
공원·지하철 계단에 모여 쉬는 휴식
공원·지하철 계단에 모여 쉬는 휴식
21일 오후 2시께 서울 용산구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주민들이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쪽방 안에 있으면 더워서 숨이 턱턱 막혀요. 찜질방에 있는 것처럼 공기가 뜨겁고 탁해요. 그나마 밖이 나아 매일 공원에 나와 있어요.” (동자동 쪽방촌 주민 최아무개씨·62)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 수치(1784명)를 기록했지만, 숨 막히는 폭염을 견디지 못한 노인들이 공원 또는 거리로 나서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근 경로당은 문을 닫았고 지자체가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 또한 백신 접종자만 이용할 수 있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2018년 폭염 이후 무더위 쉼터 등 폭염 대비 시설이 많이 확충됐지만 방역대책과 충돌하는 모양새다. 21일 오후 2시30분께 34도까지 치솟은 폭염에도 열댓 명의 어르신들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뒷 담장을 그늘 삼아 얼음이 들어간 믹스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상당수는 마스크를 턱밑까지 내린 채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 또래들과 대화를 나눴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거주하는 ㄴ(85)씨는 “집에 그냥 있는 것보다는 여기(탑골공원)가 낫다. 답답해서 밖으로 나와 처음 만난 사람들과 소주 한잔하는 게 좋다”며 “경로당은 문도 닫았고 가봐야 여기 나오는 거랑 (느낌이) 틀리다”고 말했다. 탑골공원 인근 종로3가역 승강장 벤치와 계단에도 더위를 피해 집을 나온 노인들이 자리 잡아 신문을 읽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었다. 일부는 나른함을 이기지 못하고 벽에 기대 쪽잠을 자기도 했다. 한지로 만든 부채를 부치던 이아무개씨(75)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집 근처 경로당에서 여름을 보냈지만, 요즘은 지하철역과 지하철 안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 이씨는 “밖에는 그늘이 없어서 여기서 쉬고 있었다”며 “에어컨은 있지만 전기료가 아깝고 나와서 쉬는 게 더 낫다. 좀 앉아 있다가 사람 없는 3시에 지하철 타고 집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경로당 출입구가 닫혀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2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1동 무더위 쉼터 게시판에 부착된 운영안내문.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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