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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분1초 급한 중환자 22명인데, 1㎞ 병원 이송 한명도 없었다

등록 2022-11-07 05:00수정 2022-11-07 18:07

재난응급의료 대응 돌아보니
실신·의식장애 등 중환자 추정 22명
6~27㎞ 떨어진 먼 병원으로 이송돼
“재난 상황에선 중환자 먼저 조처”
119구급대원들과 경찰들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 새벽 서울 용산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희생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19구급대원들과 경찰들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 새벽 서울 용산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희생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참사 당일 재난 응급의료체계 혼란 속에서 가장 먼저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야 할 중환자들은 현장에서 최대 27㎞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겨레>가 참사 직후 응급의료 대응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환자를 치료할 병상이나 의료진 확보가 부족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6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이태원 참사 사상자 병원 이송 현황’을 보면, 참사 당일인 10월29일 밤 11시15분부터 30일 아침 6시5분까지 병원에 이송된 사상자 198명 가운데 사망자와 심정지, 경증 환자를 제외하고 중환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22명이다. 당시 실신(5명), 의식장애(5명), 호흡곤란(3명), 하반신 마비(2명), 사지 마비(1명), 신체 부위 마비(2명), 과호흡(1명), 전신 통증(1명), 쓰러짐(1명), 의식 저하(1명) 상태였다.

이 환자들 가운데 참사 현장에서 1㎞ 거리의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이었던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으로 이송된 이는 없었다.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27㎞) 1명, 이화여대 목동병원(12㎞) 3명, 삼육서울병원(11.7㎞) 1명, 한림대 강남성심병원(10㎞) 2명, 강북삼성병원(6㎞) 4명, 서울대병원(6㎞) 1명 등 상대적으로 먼 거리 병원들에 이송됐다.

이송 시간도 오래 걸렸다. 의식장애가 있었던 30대 남성은 11.7㎞ 떨어진 삼육서울병원으로 옮겨지는 데 50분이 걸렸고, 또 다른 20대 의식장애 여성은 49분 걸려 6.4㎞ 거리의 중앙대병원으로 이송됐다. 20대 의식장애 환자가 10㎞ 떨어진 한림대병원으로 가는 데도 35분이 소요됐다. 중환자로 추정된 22명의 평균 이송 시간은 26분이었다. 반면, 현장과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에는 대부분 사망자와 심정지 환자가 이송됐다. 이송 현황 자료를 보면 사망 17명, 심정지 37명, 골반과 아랫배 통증 환자 1명 등 모두 55명이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중환자를 우선 이송해야 하는 재난의료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인술 충남대 교수(응급의학과)는 “재난의료는 생존 가능성 있는 중환자를 최대한 많이 살리고 사망률을 낮추는 게 핵심”이라며 “평소에는 심정지 환자가 제일 급한 환자지만, 재난 상황에서는 중환자를 조처하고 나서 심정지가 온 환자와 사망자를 조처하는 순서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 쪽은 “현장 사망자 안치 공간이 부족하고, 추가 부상자를 이송할 구급대가 확보돼야해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으로 사망자를 이송했다”고 설명했다.

자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참사 초기, 인근 병원의 의료 자원(병상·의료진 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도 중환자 이송을 어렵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재난응급의료 비상매뉴얼 단계에 따른 의료대응 조치 현황’을 보면,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은 참사 발생(29일 밤 10시15분) 33분 뒤인 밤 10시48분 서울구급상황관리센터로부터 ‘15명 이상 깔려 있고, 추가적으로 (환자) 발생 가능성 높음. 재난의료지원팀(DMAT)·신속대응반 출동 및 인근 의료기관 수용 가능 정보 파악 필요’ 요청을 받았다. 이에 밤 10시59분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에 중환 1명 수용 가능’ 정보를 처음으로 소방 쪽과 공유한다. 밤 11시부터 11시5분까지 인근 의료기관에서 치료 가능한 중환자 수는 고작 4명이었다. 이후 인근 의료기관 수용 가능 중환자 수는 6명(밤 11시11분)→8명(11시18분)→11명(11시47분)→16명(0시6분)으로, 참사 발생 2시간 가까이 중환자 20명 치료를 위한 의료 자원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원이 의원실이 공개한 소방청 자료를 보면, 29일 밤 11시15분부터 다음날 아침 6시5분까지 병원에 이송된 중환자 추정 환자는 22명이었다. 긴급하게 치료가 필요한 중환자 수에 견줘, 참사 초기 확보한 중환자 치료 병상과 의료진이 부족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셈이다. 의료대응 조치 현황 자료를 보면, 30일 새벽 1시43분이 돼서야 수용 가능 중환자 수가 22명으로 늘면서 이송에 숨통이 트인 것으로 보인다. 이후 치료 가능 중환자 수는 새벽 2시1분 26명, 2시27분 39명이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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