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밤 10시15분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갈무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제공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 해밀톤호텔 옆 골목엔 1㎡당 최대 11명 가까운 인파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하나의 덩어리처럼 움직였는데, 인파가 겹겹이 쓰러지면서 희생자 1명당 최대 560㎏ 압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13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지난해 10월29일 밤 10시15분 많은 인파가 해밀톤호텔 옆 좁은 골목에서 떠밀려 내려오다 발생한 ‘연쇄적 넘어짐으로 인한 압력’을 지목했다. 그 결과 158명이 압착성 질식사, 뇌부종(저산소성 뇌 손상) 등의 사인으로 숨을 거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등을 보면, 당일 밤 9시 이후 참사 골목 일대는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양방향에서 밀려드는 인파로 ‘T자형’ 삼거리 양옆으로 군중 밀집도가 높아져 스스로 걷지 못하고 둥둥 떠밀려 이동하는 ‘군중 유체화’ 현상이 발생했다. 사고 인근 시간대 참사 발생 골목엔 1㎡당 최대 10.74명, 세계음식거리엔 12.09명이나 있을 정도로 빽빽해졌다.
이후 정체와 풀림이 반복되다 사고 발생 직전인 밤 10시13분 내리막길로 인파가 떠밀려 내려오는 현상이 뚜렷해졌고, 10시15분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졌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처음 한명이 넘어진 뒤 인파가 밀려 내려오면서 6초가 지나 여러 사람이 넘어졌다”며 “15초 동안 4번의 전도(넘어짐)가 있었다”고 했다. 다수가 넘어진 뒤 골목 밖 이태원역 1번 출구 쪽으로 이동하는 군중의 움직임은 더욱 지체됐고, 이에 따라 밀집도는 더욱 높아졌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현장의 도로 폭은 3.2m에 불과해 가장 좁은 골목 지점이기도 했다.
현장 희생자와 부상자들은 개인당 224∼560㎏ 정도의 힘을 받아 질식 등으로 다치거나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특수본 수사 자문을 맡았던 박준영 금오공과대 교수(기계설계공학)는 “800명부터 (인파의) 막힘 현상이 발생했다. 밀집도가 높은 상황에서 전도가 발생하면 압사 사고가 일어나는데, T자형 골목 아랫부분에 1800명 정도가 있던 것으로 계산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1800명) 가운데 400㎏ 이상 압력을 받은 사람만 절반 정도 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