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건강이 악화해 국회에서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두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월 검찰은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에프시(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단식 19일 만에 병원으로 옮겨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이날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위증교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가 받는 혐의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검사 사칭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위증교사 의혹’ 등 크게 세 가지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1356억원의 이익을 챙기게 하고, 사업에서 배제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는 게 얼개다.
검찰은 성남시(이 대표)가 아파트 건설 목적의 토지 용도 변경, 기부채납 대상 변경,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불법적인 옹벽설치 승인 등 다수의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김인섭 전 하우징기술 대표는 각종 청탁의 대가로 백현동 개발 민간사업장인 정아무개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로부터 77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2019년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으로부터 ‘대북사업을 추진하면서 독점적 사업 기회 제공 및 기금 지원 등을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김 전 회장으로 하여금 북한에 5백만 달러를 대신 지급하게 하고,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백만 달러도 대납하게 한 혐의다. 검찰은 지난 3월 쌍방울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외국환 거래법 위반)로 추가 기소한 데 이어 지난 4월부터는 제3자뇌물 혐의로 추가 입건해 조사해오다가 지난달 이 대표를 공범으로 입건하고 이달 들어 두 차례 조사했다.
‘검사 사칭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위증교사 의혹’은 2019년 2월 이 대표가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을 때 김인섭 전 대표의 측근인 사업가 김아무개씨(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를 지냄)에게 연락해 허위 증언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단식 중이던 이 대표는 이날 오전 7시10분께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국정 쇄신과 개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단식에 돌입한 지 19일 만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며 “의식은 있지만, 약간의 섬망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국회 내 당대표실에서 단식을 해온 이 대표는 의료진 차량으로 옮겨져 국회를 출발해,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6시55분께 이 대표의 건강 상태 악화로 119 구급대와 인근에서 대기중이던 의료진을 호출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송 당시 이 대표의 신체 징후는 전날과 변화가 없었고, 탈수 등의 증상을 보였으며, 정신이 혼미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대표 단식과 관련해 “형사사법이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되어서는 안되고, 피의자에게 법령상 보장되는 권리 이외에 다른 요인으로 형사사법에 장애가 초래되면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법령상 일반적으로 피의자에게 적용되는 구속기준에 따라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등 구속사유를 충분히 고려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해서 자해한다고 사법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며 “(선례가 만들어지면) 앞으로 잡범들도 다 이렇게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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