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 뒤로 건축 한계선을 넘은 해밀톤호텔의 외벽 철제 시설(붉은 벽돌색)이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 현장에 불법 구조물을 설치해 피해를 키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밀톤호텔 대표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태원 참사 관련 법원의 첫 판단으로, 참사 발생 396일 만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판사는 참사 현장에 가벽을 불법으로 설치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기소된 해밀톤호텔 대표 이아무개(76)씨에게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이씨는 참사가 발생한 골목 내리막길에 에어컨 실외기를 가리기 위해 ‘붉은색 가벽’을 설치하고, 호텔 뒤편에 위치한 주점의 테라스를 무단 증축한 혐의로 지난 1월 불구속 기소됐다.
법원은 호텔 뒤편 테라스 무단 증축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정 판사는 “위반 건축물을 철거하라는 시정명령을 두차례 받고도 무시했다”며 “원래 6m 이상이던 도로 폭이 3.6m로 줄어들어 다수 지장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법원은 테라스 증축과 관련해 법인 해밀톤관광에 벌금 800만원을, 주점 ‘브론즈’ 운영자 안아무개씨에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참사 하루 전날 손님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손님 대기장소로 쓸 시설물을 무단으로 설치한 주점 프로스트 대표 박아무개씨에게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설치돼 참사 당시 ‘병목 현상’을 가중시켜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은 붉은색 가벽 설치 혐의에 대해선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정 판사는 “2m가 넘는 담장을 건축물과 분리해 세울 때만 신고 의무가 있는데, 이 사건 담장은 호텔 벽면에 접해서 지어졌기 때문에 관할 관청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에게는 징역 1년을, 법인 해밀톤관광에는 벌금 3천만원을 구형했다.
이날 선고 이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입장문을 내어 “호텔 서쪽 철제 패널(가벽) 부분의 건축법·도로법에 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반쪽짜리 판결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항소심에서 판결의 무죄 부분에 관한 보다 면밀한 판단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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