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가 펼치는 ‘신고리’ 공론화 ② 생각이 이렇게 바뀌었어요
자료집·전문가 강연 질의응답 토론…
시민참여단 4명중 3명 강연듣고 생각 바꿔
“공론화위 2박3일 숙의 과정에선
논리적 주장·토론이 변수될 수도
생각 안바꾼 ‘확증편향’도 상수”
자료집·전문가 강연 질의응답 토론…
시민참여단 4명중 3명 강연듣고 생각 바꿔
“공론화위 2박3일 숙의 과정에선
논리적 주장·토론이 변수될 수도
생각 안바꾼 ‘확증편향’도 상수”
여론조사 전문가인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은 미래세대의 모의 공론화에서 ‘강연’이 학생들의 의견 변화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차 조사 때와 의견이 바뀐 미래세대 시민참여단 4명 가운데 3명은 생각을 바꾸게 한 가장 큰 요인으로 전문가의 강연을 꼽았다.
공론조사 숙의 과정에는 참가자의 의견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자료집, 전문가 강연 및 질의응답, 분임토론 등 여러가지다. 한 센터장은 “미래세대 숙의 과정 설계에서 토론(1시간)보다 전문가의 강연 및 질의응답(2시간)의 비중이 높았다”며 “실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진행하는 2박3일 숙의 과정에서는 토론이 얼마나 활발히 이뤄지느냐에 따라 토론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같은 주제에 대해 타인과 반복적으로 토의하면서 자기 생각을 정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세대 공론화에서 전문가 강연 자체는 20~30분 정도로 짧았던 만큼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선택과 집중’을 잘한 사람이 더 설득적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래세대 토론 사회를 맡은 토론교육 전문가 양현모 리얼디베이트 대표는 “중단 쪽 전문가 강연은 짜임새가 있었지만 2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주장과 근거를 15개 이상 이야기하는 등 내용이 많았다”며 “시간이 짧다면 많이 이야기하는 것보다 핵심만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람들은 정말 마음에 와닿는 말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 사람에게 표를 던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겨레>가 진행한 미래세대 공론화와 달리 실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의 2박3일 합숙에서는 각 전문가가 질의응답 등을 통해 발언할 시간이 더 많다. 한 센터장은 “짧은 시간이라면 강연자에게서 얻는 주입식 정보의 영향이 크지만, 2박3일이라는 긴 시간이 주어지면 누가 더 밀도 있게 짜인 주장과 근거를 이야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질의응답에 임하는 전문가가 자기주장에 불리한 질문을 받았을 때 한번은 피해가더라도, 질문에 대한 답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으면 다음 질의응답에서 같은 질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누가 더 촘촘한 논리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 센터장과 양 대표는 강연을 한 전문가의 표정이나 제스처, 화법 등 ‘비언어적 표현’이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분석도 했다. 내용의 타당성과 더불어 누가 더 열정적으로, 진정성 있게 이야기를 하는지도 청중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다.
한편 7명 가운데 3명이 원래 생각을 바꾸지 않은 데 대해 재개 쪽 전문가로 강연에 나선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확증편향(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예컨대 원자력 발전 단가에 해체 비용이나 폐기물 처리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각인된 생각은 (아무리 설명하더라도) 쉽게 바뀌지 않는 거 같다”고 했다.
중단 쪽 전문가로 나선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도 “한 두 명은 이미 마음이 정해졌고 자신의 생각을 재확인 받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며 “분임토의를 하면서 자기 생각이 바뀌기도 하지만, 원래 갖고 있던 생각이 강화되기도 한다”고 했다. 한귀영 센터장은 “숙의과정을 거치더라도 결국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사람은 30% 정도”라며 “공론조사에서 확증편향은 상수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 ‘미래세대가 펼치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2차 모임에서 전문가 강연을 듣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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