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 ‘미래세대가 펼치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2차 모임에서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오른쪽)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0대로만 채워진 신고리 5·6호기 미래세대 시민참여단이 전문가 강연·질의응답과 토론 등 공론화를 거친 뒤 최종 의견조사에 응했다. 숙의를 한 뒤 이들의 생각은 처음과 달라졌다. 어떻게 바뀌었을까?
미래세대 7명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 다시 모였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산하 소통협의회 소속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과 ‘한국원자력산업회의·한국원자력학회’에서 각각 추천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강연을 맡았다. 미래세대는 전문가 강연과 1차 질의응답으로 생각을 정리한 뒤, 학생끼리 종합 토론을 벌였다. 마지막으로 전문가 2차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2차 조사에 응했다.
안다빈 고준위핵폐기물을 10만년 동안 보관해야 하는데 기술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정범진 핵연료를 지하 500m, 1㎞에 갖다 놓자는 게 우리의 해법입니다. 핵연료는 96%가 우라늄238이고, 4%가 우라늄235입니다. 235가 핵분열해서 폐기물이 됩니다. 300년 이내에 방사능이 없어집니다. 반감기가 10만년 되는 건 1% 정도입니다.
다빈 고준위핵폐기물이 담긴 중간저장수조가 거의 포화상태라고 하는데, 이미 양이 많은 거 같은데요.
정 중간저장시설 확보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박동연 신고리 5·6호기의 내진설계 규모가 6.9인데, 한반도 최대인 7.5에 못 미쳐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 원전을 지을 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을 만족시켰는지가 중요합니다. 지질조사를 해서 단층면에만 짓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다빈 양산단층에 원전을 건설한다는 계획은 위험하지 않나요?
정 양산단층은 경상도 쪽에 있는데, 경상도에 원전이 많죠. 하지만 단층을 어떻게 고려하라는 국제적인 기준이 있습니다. 원전은 암반이 나올 때까지 계속 파서 짓습니다. 그래서 갈라진 틈을 피해갈 수 있어요.
이헌석 아직 우리나라 땅속 구조를 정확히 모릅니다. 1980년대까지 양산단층이라는 말이 없었다가 지난해 경주 지진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됐죠. 땅을 다 파볼 수가 없기에 지진이 나야지만 길이와 폭, 깊이를 알 수 있습니다. 핵발전소 인근에 단층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얼마나 큰 규모인지는 모른다는 게 문제입니다.
주정연 암석 지반을 파서 폐기물을 보관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혹시 새어 나가서 토양이 오염되거나 방사능이 유출되지 않을까요?
이 미국 유카산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에서 논란이 되는 사안입니다. 사막 한가운데 물이 하나도 없는데, 조사를 해봤더니 몇만년 전에 물이 흐른 흔적이 발견됐다네요. 지금은 안전하고 지하수도 없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지질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인류가 지질 환경을 연구한 게 몇백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재환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7차보다 전력 예비율 전망이 낮아졌던데요.
정 1년 중 전기가 가장 많이 필요할 때가 8~9월 오후 3시입니다. 피크시간대를 기준으로 20~30% 예비율을 결정합니다. 나머지 때는 항상 남을 수밖에 없죠. 이번 8차 계획에서는 경제성장률을 낮게 잡았습니다. 또한 전기자동차나 인덕션 레인지 등의 보급에 따른 영향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 글쎄요. 시민단체들은 7차 전력 예비율이 너무 과대하게 잡혔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반영됐어요. (정 교수 주장과는 달리) 7·8차에는 전기차 수요 전망이 포함돼 있어요. (전력을 많이 쓰는) 피크시간은 하루 중에 몇 시간 안 됩니다. 발전소를 더 짓기보다 수요 관리가 필요합니다.
동연 원전 폐쇄 뒤 일자리가 줄면 어떡하죠?
이 원자력 업계에 2만명 정도 근무합니다. 기계·전기·토목 전공이 많고 그다음이 원자력 공학입니다. 2079년까지 탈핵을 하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정년퇴직한 뒤보다 더 미래예요. (탈핵은) 장기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량해고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정 풍력과 태양광은 외국 패널을 가져다 건설, 운영할 뿐 관리가 복잡하지 않아요. 단순 일자리만 많이 생깁니다. 원자력처럼 부를 창출하는 하이테크 일자리가 많이 생겨야 합니다.
재환 탈원전 선언한 대만은 블랙아웃(대정전) 뒤 원전을 재가동했다고 들었어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린다는데, 대만의 구체적인 정책이 무엇인가요?
이 이번에 폐쇄하려던 것을 재가동한 게 아니라 정비 중이던 핵발전소를 원래 계획대로 재가동한 겁니다. 대만의 계획은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을 멈추는 겁니다. 대만은 한국처럼 엘엔지(LNG) 수입을 많이 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예요.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리고 핵발전 10%를 0%로 떨어뜨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정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 선언한 나라는 4곳뿐이에요. 대만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지진이 한국보다 훨씬 더 많아요. 대만도 에너지 수입국이라 가스 발전소 하나가 중단되면서 블랙아웃이 됐습니다.
송혜림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건 어떤가요?
정 지금은 신재생에너지가 매우 적어서 예비 발전이 필요 없지만, 늘어나면 예비 발전도 많이 필요합니다. 다른 나라 사례를 일반화하면 안 됩니다.
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20년째 꼴찌예요. 우리보다 날씨 안 좋은 독일, 우리보다 돈 없는 터키, 멕시코도 재생에너지 비율이 한국보다 높습니다. 한국도 할 수 있습니다.
정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좌우돼서 안정성이 떨어지지 않나요?
이 2016년 포르투갈에서 처음으로 나흘 동안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100% 공급했습니다. 바이오매스(biomass·동식물 유기체를 에너지로 변환), 수력, 풍력, 태양광 등 다양한 에너지가 섞여 있습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20% 발전을 목표로 하는데,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동연 핵에너지 대신 엘엔지 쓰면 된다고 했는데, 엘엔지는 해외 의존도가 높고, 가격이 비싸고, 원자력보다 환경 오염 심한 것 아닌가요?
이 핵발전소는 이산화탄소가 안 나오는 대신 핵폐기물이 만들어집니다. 엘엔지는 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죠. 대부분의 탈핵 국가도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에너지를 넣고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갑니다.
혜림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를 원전을 잘 모르는 시민에게 맡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 국민에게 의견 묻는 건 중요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의 민주제를 따릅니다. 시민들의 (이슈에 대한) 학습량이 다른데 어쩌면 ‘무지한 다수에 의한 횡포’가 있을 수 있어서 국민에게 묻기보다 국회에 묻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 국민이 그냥 결정하는 게 아니라 공부, 토론해보고 결정하는 것이에요. 이번 공론화가 한국 에너지 정책의 민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겁니다. 에너지, 전력 계획을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이 그렇게 안 돼 있습니다. 국회 논의는 법과 제도를 바꾼 뒤에 하면 됩니다.
노지원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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