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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신고리’ 판단 유보 사라지고, 7명 중 4명은 애초 의견 바꿔

등록 2017-09-22 10:33수정 2017-09-22 10:37

미래세대가 펼치는 ‘신고리’ 공론화 ② 생각이 이렇게 바뀌었어요

사고·핵폐기물 위험성에 4명 반대
3명은 일자리 감소 등 들어 ‘재개’

유보 3명 -> ‘재개’ 2명, ‘중단’ 1명
애초 ‘재개’였던 1명은 ‘중단’으로

핵발전 긍정 평가 강해졌지만
정책방향은 ‘원전 축소’ 기울어

원전 경제성에 점수 더 주면서도
위험성 인식도 대체로 높아져
미래세대 시민참여단이 ‘자료집→전문가 강연→질의응답→토론’ 등 숙의 과정을 거치자 1차 조사에서 의견 선택을 ‘유보’로 했던 3명이 각각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또는 ‘재개’로 생각을 바꿨다. 애초 중단과 재개로 의사 표현을 했던 학생 가운데서도 의견을 바꾼 경우가 생겼다. 핵발전의 위험성과 경제성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숙의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한 결과 생각이 달라진 것으로 해석된다.

* 누르면 확대됩니다.
7명 중 4명이 신고리 5·6호기 “중단해야” <한겨레>는 서울 시내 5개 고교에 재학 중인 1·2학년 58명 중 미래세대 공론화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 가운데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중단(2명)·재개(2명)·유보(3명) 의견을 가진 사람을 최종적으로 미래세대 시민참여단으로 선정했다. 2차 조사에서는 미미한 차이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자는 의견(4명)이 재개하자는 의견(3명)보다 우세해졌다.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시한 쪽은 핵발전소 사고와 핵폐기물의 위험성 등을 지적하는 견해가 많았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위험이 상존하고, 핵폐기물이 수십만년 동안 방사선을 방출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지적이었다. 신재생에너지 대체가 가능하고, 신고리 5·6호기를 짓지 않아도 전력이 남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건설 재개를 택한 학생은 일자리 감소, 원전 수출 기회 상실, 전기요금 인상, 대체에너지 개발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유보’가 사라졌다 미래세대 공론화 2차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유보’ 의견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숙의 과정을 거치기 전인 1차 조사에서는 7명 가운데 3명이 유보, 곧 ‘향후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실제 숙의 과정을 거치자 1차 조사에서 유보 의견을 보인 3명 가운데 1명은 공사 중단, 2명은 재개를 택했다.

숙의 과정을 시작하기 전 태도를 정하지 못했던 사람이 어느 쪽으로든 견해를 표시하게 된 데에는 숙의 과정 중 전문가 강연과 질의응답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조사에서 유보 의견을 보였던 잠실고 2학년 이재환군은 “전문가 강연을 들으니 원자력을 대체할 에너지 개발이 아직 미미한 것 같았다”며 “다만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미래에 신재생에너지의 가격 대비 효율이 높아지면 차츰 원전을 축소해야 한다”고 했다.

유보에서 건설 중단으로 의견이 변한 금호고 1학년 주정연양도 “‘발전소를 추가로 짓지 않아도 전력이 남는다’는 전문가의 강연 내용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왼쪽)와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오른쪽)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미래세대가 펼치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2차 모임에서 참여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왼쪽)와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오른쪽)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미래세대가 펼치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2차 모임에서 참여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신고리 5·6호기 “불필요”, 탈원전엔 “신중” 미래세대 시민참여단이 전문가 강연과 질의응답, 종합토론을 거친 뒤 전기 생산을 위한 핵발전을 긍정하는 의견이 높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1차 조사에서 전기 생산을 위해 핵발전소를 이용하는 것에 얼마나 찬성하는지(매우 찬성할수록 10점) 점수를 매겨보라고 했을 때, 참여단 7명의 평균 찬성도는 중간에 가까운 5.8점이었다. 하지만 숙의 과정에서 핵발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거친 뒤 참여단의 평균 찬성 정도는 7.5점으로 1.7점 올랐다. 핵발전이 얼마나 경제적인지를 묻는 질문(경제적이라고 생각할수록 10점)의 점수도 1차 조사 때 평균 6.7점에서 1.5점 오른 8.2점으로 높은 점수가 나왔다.

금호고 1학년 송혜림양은 “신고리 5·6호기의 발전용량이 전체의 1.9%밖에 안 된다. 지금도 전력이 남아도는데 추가로 지을 필요는 없다”면서도 탈원전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중단 여부는 현실적 판단, 원전 정책은 가치적 판단 미래세대는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놓고, 탈핵 등 향후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가치지향적인 판단을 했다. 각각 다른 현실적 이유를 들며 중단 또는 재개를 주장했다.

이재환군은 재개를 주장하며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이미 건설을 시작한 상태이고, 당장은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을 대체하긴 어렵다”면서도 향후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는 “대체에너지 개발과 투자가 늘어나 발전 단가가 낮아지고, 가격 대비 효율이 원자력과 비슷해지는 시점부터는 원전을 축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똑같이 재개 입장을 택한 영등포고 2학년 박동연군도 “지금으로서는 현실적인 이유로 원전에 찬성하지만 재생에너지를 개발해 차츰 원전을 대체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1차 조사에서 신고리 5·6호기 계속 건설 입장이었다가 숙의 과정 뒤 ‘중단’으로 의견이 바뀐 송혜림양은 다른 종류의 현실적 이유를 들었다. 전기가 부족하지 않은데 추가로 발전소를 지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송양은 “원전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되 그렇다고 원전만 쓰면 위험하니 대체에너지와 공존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탈핵에는 반대하지만 왜 굳이 지금처럼 전력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전소를 또 지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며 “학생들이 ‘탈핵이면 신고리 5·6호기 중단, 찬핵이면 건설’이라는 기성세대의 프레임에 갇혀 있지 않다는 걸 증명해준 셈”이라고 했다.

‘한국의 핵발전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현재 수준보다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4명)이 가장 많았다. 유지하자는 의견은 2명이었고, 확대하자는 의견은 1명이었다.

핵발전 경제성 긍정평가 높아져 한편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고수하거나 바꾸는 등 차이를 보이면서도 일괄적으로 핵발전에 대해 전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1차 조사 때부터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금호고 1학년 안다빈양은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숙의 과정을 거치며 원전의 경제성을 좀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차 조사에서 ‘핵발전이 얼마나 경제적이라고 생각하느냐’(10점 척도)는 질문에 5점을 줬는데 2차 조사에서는 점수가 2점 올라 7점이 됐다. 그는 “처음에는 원자력에 무척 부정적이었으나 지금은 경제성 측면에서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여론분석 전문가인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은 “경제성에 대한 부분은 귀에 쏙쏙 들어오지만, 원전의 안전성과 위험성에 대한 문제는 상대적으로 멀리 있는 일처럼 느껴져 그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재개 쪽 강연자로 나선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처음부터 ‘나는 대학에서 원자력 ‘안전’ 공학을 가르친다.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발전소를 만들 것인지를 연구한다’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한 점도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도 대체로 높아졌다. 7명 가운데 5명은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1차 조사 때보다 더 높게 평가했다. 안다빈양은 “(숙의를 거친 뒤) 건설 중단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며 “전문가 강의도 듣고 질문도 했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 계속 쓰레기를 만들 순 없다”고 했다. 핵발전소의 경제성과 위험성에 대한 미래세대의 인식이 함께 높아진 것은 자료집과 강의, 질의응답 등을 통해 주제에 대한 정보량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재개 양쪽의 입장을 좀더 심도있게 학습하면서 핵발전소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이 조정 과정을 거친 것으로 분석된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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