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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역대 최다 성소수자 선수 뛰는 ‘평창’이지만 한국은…”

등록 2018-02-13 22:04수정 2018-02-13 22:14

[짬]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윤다림 활동가
프라이드하우스 평창 윤다림 위원장이 지난 12일 강릉 강원미디어센터에서 성소수자인권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과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들을 들고 서 있다. 사진 황금비 기자
프라이드하우스 평창 윤다림 위원장이 지난 12일 강릉 강원미디어센터에서 성소수자인권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과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들을 들고 서 있다. 사진 황금비 기자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열린 여자 럭비 결승전, 오스트레일리아가 뉴질랜드를 24 대 17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런데 이 경기의 진짜 ‘승자’는 따로 있었다. 바로 결승전 경기장에서 동성 연인 마저리 에냐(30)로부터 프러포즈를 받은 브라질 여자 럭비 대표팀 선수 이자도라 세룰루(27)였다. 프러포즈를 마친 에냐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림픽이 어떤 이에게는 최종 목적지로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겐 누군가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점입니다.”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프라이드하우스 평창’을 이끌고 있는 윤다림(38]) 위원장은 ‘스포츠와 성소수자가 맞닿는 지점’에 대해 묻자, 이 커플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성소수자 선수들이 올림픽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커밍아웃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요. 경기로 정정당당하게 평가받은 뒤에 ‘진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생기는 거죠. 그게 바로 인종, 성, 장애 여부, 성적 지향과는 관계없이 누구나 평등하다는 스포츠의 힘이 아닐까요.”

윤 위원장을 지난 12일 밤 강릉 강원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프라이드하우스 평창’ 위원장 맡아
커밍아웃 선수 13명 경기 공동응원
‘보도 가이드라인’ 제시·환영 펼침막
펀딩 모자라 ‘활동 공간’은 마련 못해

스포츠와 성소수자 ‘평등정신’ 맞닿아
“성소수자 운동회조차 막는 차별 여전”

성소수자 및 성소수자 인권에 공감하는 스포츠인들을 환영하고, 스포츠에서의 성소수자 차별에 저항하는 운동을 일컫는 ‘프라이드하우스’ 운동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들은 스포츠 경기가 치러지는 올림픽 기간 경기장 주변에 성소수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열고,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활동을 주로 한다. 미디어 감시 등도 중요한 활동 내용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는 러시아 정부의 반동성애법 시행으로 프라이드하우스를 열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2015년부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이하 센터)가 주도해 ‘프라이드하우스 평창’ 운동을 시작했는데, 아시아에서 열린 국제경기에서는 최초다. 특히 이번 평창올림픽에는 역대 겨울올림픽 가운데 가장 많은 13명의 성소수자 선수들이 출전해 이목을 끌고 있다.

‘하우스’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성소수자를 환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러나 프라이드하우스 평창은 이번에 활동 공간을 구하지 못했다. 외부 펀딩을 충분히 받지 못한 탓이다. 12일 저녁 ‘프라이드하우스 평창’ 환영 행사도 캐나다올림픽위원회(COC)에서 강릉아이스아레나 내 캐나다올림픽하우스의 공간을 잠시 빌려 치를 수 있었다.

윤 위원장은 “공간을 구할 수 없어 아쉽지만, 한국의 상황에 맞게 올림픽 기간 동안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프라이드하우스 평창은 지난 6일 성소수자 선수 및 스태프들이 미디어에서 평등하게 다뤄질 수 있도록 ‘스포츠 보도용 성소수자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내는가 하면, 올림픽 대회 운영 전 과정에서 성소수자 차별과 관련한 제보도 받고 있다. 지난 9일엔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위원장 권순부)와 함께 ‘성소수자 차별 없는 성평등한 올림픽을 기대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오신 성소수자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등을 적은 펼침막을 평창과 강릉 일대에 내걸었다. 오는 17일에는 서울 이태원에서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 애덤 리펀(29) 등 성소수자 선수들의 경기를 함께 관람하며 응원하는 ‘뷰잉 파티’(viewing party)도 열 예정이다.

한국 사회에서 ‘프라이드하우스 평창’ 운동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윤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제1회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 무산 사건을 떠올렸다. 성소수자 혐오 세력의 항의성 민원으로 동대문구청에서 체육관 대관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결국 퀴어여성 체육대회는 열리지 못했다.

“세계 곳곳의 성소수자 선수들이 평창 올림픽에 와서 메달을 따고 있는데, 한국에 사는 평범한 성소수자들은 운동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어요. 생활체육에서는 여전히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 만연해 있죠.”

윤 위원장은 “올림픽 헌장 원칙 6조에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평창올림픽 윤리헌장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불이익을 금지하고 있다”며 “프라이드하우스 활동을 통해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 인권 상황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2006년부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윤 위원장은 2014년 10월 발족한 국내 첫 성소수자 인권기구인 비온뒤무지개재단의 간사를 맡아 3년6개월 동안의 법정 투쟁 끝에 법인화를 위한 승소 판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황금비 기자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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