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수영대표팀이 26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아쿠아틱 아레나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400m 혼계영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황선우, 김영범, 최동열, 이주호.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한국 수영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 3일 만에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 성적(금 1개, 은 1개, 동 4개)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역대 수영 최고 성적은 광저우 대회(금 4개, 은 3개, 동 6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이상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황선우(20)와 김우민(22·이상 강원도청)의 기세가 좋기 때문이다. 역대 최다인 금메달 6개를 노리는 자신감의 근거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항저우아시안게임은 수영, 육상 등 기초 종목 투자의 성과를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수영의 고무적인 성과는 ‘황금 세대’의 탄생 덕분이다. 광저우 대회 때는 박태환이라는 특출한 개인이 메달을 대거 땄다면, 이번에는 선수단 전체가 고루 메달을 수집하고 있다. 첫 금메달을 깜짝 선물했던 자유형 50m 지유찬(21·대구시청)이나 여자 배영 200m에서 동메달을 따며 25년 노메달을 끊은 이은지(17·방산고)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전체적인 전력이 높아진 덕에, 특정 개인에 의존해서는 딸 수 없는 계영 메달도 쏟아지고 있다.
여자 배영 200m 동메달리스트 이은지.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이들 황금 세대는 이른바 ‘박태환 키즈’다. 박태환이 한국 수영의 전성기를 이끌던 때 이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어느덧 아시안게임을 누비는 메달리스트로 성장했다. 더욱이 이들은 과거 한국 수영 선수들과는 달리 체격을 갖춘 경우도 많다. 황선우(187㎝)와 김우민(182㎝) 등 핵심 선수들을 비롯해 양재훈(25·강원도청·190㎝)과 이호준(22·대구시청·184㎝) 등 대부분이 180㎝가 넘는다.
특히 이번 수영 대표팀은 화학적인 결합이 남다르다. 단순히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도쿄올림픽-항저우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훈련 과정에서 동료들이 끈끈하게 연결됐다. 코로나19로 국제대회 출전이 무산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서로를 선의의 경쟁자이자 조언자, 동반자로 여기며 실력을 키워왔다. 그리고 그렇게 내실을 다진 황금 세대는 항저우에서 그간 함께 쌓아온 노력의 결실을 보고 있다.
대회 기간 인터뷰 등에서도 이런 우애가 드러난다. 앞서 25일 지우찬은 대표팀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제가 좋은 스타트를 끊었으니 형들이 출전하는 계영까지 금메달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호준은 이날 밤 열린 계영 8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첫날부터 중국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서 힘들었는데, (지)유찬이가 시작을 잘 끊고 저희가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화답했다. 다음날(26일) 자유형 1500m 은메달을 목에 건 김우민은 “어젯밤 서로 격려하면서 늦게까지 대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영계에서는 “역대급 팀워크”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남자 수영 대표팀이 26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아쿠아틱 아레나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혼영 400m 결선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코치진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대표팀의 활약은 이번 대회에서 중국의 강세가 특히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자칫 중국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었던 수영에서 한국이 유일하게 견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수영에서 금메달을 19개나 따며 중국과 호각을 이뤘던 일본은 항저우에서 레이스 중반까지 금메달 1개(남자 개인 혼영 400m)를 목에 거는 데 그쳤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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