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왼쪽)과 전지희가 29일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16강전 승리 뒤 북한 선수들과 악수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탁구는 달라!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탁구 종목에서는 남북 대결이 종종 일어난다. 그런데 탁구장 안에서 벌어지는 경기 뒤 풍경은 다른 종목과 다르다.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은 존중의 표현으로 악수를 교환한다. 일부 종목의 남북 대결에서 보이는 ‘어색한 외면’은 없다.
한국의 간판 신유빈(대한항공)-전지희(미래에셋증권) 짝은 29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탁구 여자복식 16강전에서 북한의 김금용-변송경 짝을 3-1(11-4 5-11 11-9 12-10)로 물리쳤다. 경기 뒤 신유빈과 전지희는 북한 선수들과 악수를 했다.
한국 선수들은 28일 혼합복식 16강전에서 북한에 힘겹게 3-2 승리를 거둔 뒤 역시 서로 아는 체를 하며 헤어졌다. 당시 장우진과 전지희는 북한의 함유송과 김금용 짝과 악수했다.
한국 탁구 혼합복식팀의 장우진과 전지희가 28일 열린 혼합복식 16강전 승리 뒤 북한의 함유성과 김금영 선수와 악수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두 차례의 남북간 대결은 치열했지만 경기 뒤 손을 맞잡는 게 화제가 되는 이유는 정치적으로 경색된 남북 관계 때문이다. 유도 종목에서는 남북 대결 뒤 북 선수가 악수를 피하기도 했다. 선수촌에서도 남북 선수들이 교류하는 것은 어렵다. 한번 인사했다가 응답이 없으면 그 다음부터는 아는 체하기 힘들어지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탁구는 다르다.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에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해 코리아팀의 우승을 경험하는 등 다른 종목에 비해 남북 교류의 역사와 폭이 깊기 때문이다. 세계대회에 참가한 남북 탁구인은 조그만 선물이라도 나누며 소소한 정을 쌓기도 했다.
전지희(왼쪽)와 신유빈이 29일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16강전 남북대결에서 수비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전무는 “경기 뒤 선수 간 인사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남북 탁구인들은 오래전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저우/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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