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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한이 쏜 ICBM, 미 전역 타격권…한미일 압박에 강대강 대치

등록 2022-11-18 18:07수정 2022-11-18 20:20

3일 발사 실패한 ‘화성-17형’ 같은 기종
기술적 진전 보여줘…“미국에 압박될 것”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18일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최선희 북 외무상이 지난 17일 담화를 통해 한·미·일 3국의 확장억제 강화에 반발하면서 자신들의 군사적 대응이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언급한 지 하루 만이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이날 “오전 10시15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1발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비행거리는 약 1000㎞, 고도 약 6100㎞, 속도 약 마하22(음속의 22배)로 탐지됐다. 이 미사일은 약 68분 비행해 일본의 서쪽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 일본 방위성은 미사일이 오전 11시23분 홋카이도 인근 오시마섬 서쪽 약 210㎞ 지점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3일 발사에 실패한 ‘화성-17형’과 같은 기종을 이날 다시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사일은 발사 후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가 각각 성공적으로 분리됐다. 또한 지난 3일 발사한 미사일(비행거리 약 760㎞, 고도는 약 1920㎞, 속도 마하 15)과 비교해 기술적 진전을 확인할 수 있다.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은 “이번 아이시비엠급 미사일은 궤도에 근거해 계산하면 (정상 각도 발사시) 사거리가 1만5000km를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거리다. 또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최대 마하 20이상의 속도를 내야한다는 점을 볼 때 이번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기본 제원을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지난 3일 실패한 것을 오늘 다시 쏜 것이라면 화성-17형이 성공했다는 의미”라며 “미국 본토 전체를 타격할 수 있는 추진체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미국에 압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13일 한·미·일 3국 정상이 ‘프놈펜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대북 공조 압박을 높인 데 반발해 ‘강 대 강’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11월14일), 윤석열 대통령(15일)과 잇따라 연 정상회담에서 대북 문제에서 이견을 재확인한 점도 북한에 자신감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최선희 북 외무상은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할수록, 조선반도 지역에서 군사활동을 강화할수록 그에 정비례해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국가핵무력완성 선언 5주년’인 오는 29일을 전후해 7차 핵실험 혹은 추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 중간선거(11월8일)가 끝난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으니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라’는 북한의 압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핵실험으로 가기 위한 길닦기용인지, 연말 결산을 앞둔 군사적 치적쌓기인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며 “국가핵무력완성 선언 5주년인 오는 29일 전후 북한의 상황을 지켜봐야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한·미·일은 일제히 강력 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임석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한·미 간 합의한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적극 이행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하라”고 했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정부성명’도 냈다.

에이드리엔 왓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외교의 문은 닫히지 않았지만, 북한은 정세를 불안하게 만드는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타이 방콕을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던 태국 방콕에서도 이날 오후 한국(한덕수 국무총리), 미국, 일본,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6개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긴급히 정상회의를 열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전했다.

한편, 합참은 이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미사일 이동식발사대(TEL) 타격훈련 및 동해상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을 실시했다. 공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는 필승사격장에서 정밀유도폭탄(GBU-12)으로 이동식발사대 모의 표적을 타격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동해상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에는 공군의 F-35A 4대와 미 공군의 F-16 전투기 4대가 참여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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