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양작업 앞서 수중탐색 천안함 함미(배꼬리) 인양에 나선 민간업체 전문가들이 5일 오후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도 남쪽 해상에 떠 있는 해상크레인에서 수중 탐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백령도/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대통령 보고까지 28분, 현장서 판단해 함포 사격, 숨기다 마지못해 털어놔
국방 전문가 “청와대와 국방부 역할 구분·조정 안되”…‘그때뿐’ 타성이 문제
국방 전문가 “청와대와 국방부 역할 구분·조정 안되”…‘그때뿐’ 타성이 문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에 ‘구멍’이 뚫려 있었음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늑장 보고와 추가 위기 발생을 억제하는 능력, 국민과의 의사소통 불통 등 위기관리의 기본 체계들이 위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첫째, 급박한 현장 상황이 발생한 뒤부터 군 최고 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되기까지 무려 28분이 걸렸다. 군의 초기 판단이 ‘적에 의한 피습’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있을 수 없는 늑장 보고인 셈이다.
군은 지진파 분석 등을 토대로 천안함의 기능이 결정적으로 무너져 내린 사고 시각을 3월26일 오후 9시22분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군작전사령부에서 합동참모본부에 상황보고를 한 시각은 9시45분이었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를 받아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은 밤 9시50분이었다.
이와 관련해 사고 당일 이상의 합참의장이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해 청와대 보고까지 연쇄적으로 늦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4일 기자들과 만나 “이상의 합참의장은 계룡대에서 합참이 주관한 합동성 강화 대토론회를 주재하고 서울로 이동중이라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군사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합참의장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것은 국가 위기관리 체계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이명박 정부 들어 현장의 대응 권한이 크게 강화되면서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달 26일 밤 11시께 속초함은 북방한계선 근처에서 레이더에 잡힌 표적을 천안함 공격 뒤 북상하는 북한 함정으로 판단하고, 현장 지휘관과 군 자체 판단으로 사격을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마침 청와대 안보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려고 이동중이던 김태영 국방장관이 해군작전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때야 해군작전사령관은 “사격합니다”라며 결정 사실을 보고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남북간 국지적 군사 충돌을 유발할 수도 있는 예민한 상황에 대해 국방장관이 사전 보고를 받지 못한 것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 원칙에서 보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셋째, 위기관리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이라는 기본 원칙도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와 군은 ‘군사 작전’이라는 이유 등으로 ‘기밀주의’를 고수하다가 언론의 지적이 잇따르자 열상감시장비(TOD) 화면 등을 마지못해 내놨다. 이 때문에 군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국방 분야의 한 전문가는 “사고 대응을 놓고 정무적 판단을 하는 청와대와, 사고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대처해야 할 국방부 등의 역할이 제대로 구분·조정되지 않아 다 같이 우왕좌왕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공군과 육군의 항공기 추락 사건 등이 터졌을 때도 끝까지 안전문제를 챙기는 곳이 없는 등 ‘사고 나면 그때뿐’이라는 정부와 군의 타성이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이용인 신승근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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